어묵·순대 등 '생계형 업종' 대기업 5년간 진출금지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김하늬 기자, 조성훈 기자, 김태현 기자 2018.05.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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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시 매출 5% 이행강제금 부과…소상공인 "법적 제재 마련 환영" vs 식품업계 "역차별 우려"

어묵·순대 등 '생계형 업종' 대기업 5년간 진출금지


어묵, 청국장, 순대, 두부 등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생계형 업종에 진출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특별법이 통과됐다. 대기업의 생계형 업종 진출은 5년간 금지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날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대안)을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안은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날 통과한 특별법은 당초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절충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대기업 사업철수' 조항을 삭제한 대신 '이행강제금' 등을 일부 반영했다. 정부가 특정업종을 법으로 지정·보호하는 것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12년 만이다.



특별법은 소상공인 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면 심의위원회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개월 이내에 적합업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및 해제 △대기업등의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 인수·개시 및 확장 승인 △대기업등에 대한 권고에 관한 사항 등을 결정한다. 위원장 1인을 포함해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 추천 각 2인 △동반성장위원회 추천 2인 △전문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5인이 참여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상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생계와 밀접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이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품목은 어묵, 청국장, 순대, 두부 등 73개다. 지정 기간은 소상공인의 자생력 확보를 고려해 5년으로 정했다. 다만 위원회 의결에 따라 중도 해제될 수도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신규 진출·인수 또는 확장 등이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이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된다. 이미 해당 사업을 하던 대기업에 대해서도 위원회 의결에 따라 품목·수량·시설·용역과 판매촉진활동 등 영업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대신 영업활동을 제한받는 기업들은 금융·세제 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번 법안 통과로 법적 제재 수단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소상공인을 단순히 보호하는 데서 더 나아가 대기업과 상생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식품·유통업계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과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국내 대기업이 규제로 주춤하는 동안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자본이 소기업 형태 또는 수입 물량을 확대하며 생계형 업종에 진출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를 보면 동반성장위원회가 도입한 적합업종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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