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스톱'…주주환원책은 'GO'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8.05.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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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사주 매입에만 1700억 사용...현대차·현대모비스, 발표한 주주환원책 유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스톱'…주주환원책은 'GO'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린 현대차 (252,500원 ▲3,000 +1.20%)그룹이 진행 과정에서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은 유지한다.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에만 이미 1700억원을 썼다. 업계에서는 승리가 불확실한 표대결 보다는 전략 재검토가 오히려 나았다는 평가다.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자사주 매입에 총 1708억원을 투입해 보통주 93만주, 우선주 27만주를 사들였다. 보통주는 목표한 수량의 42.3%, 우선주는 41.8%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오는 7월 27일까지 보통주 220만주, 우선주 65만주를 매입해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보통주 441만주, 우선주 128만주)과 소각할 계획이다. 총 854만주, 9600억원 규모이다. 기대했던 지배구조 개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주주환원 정책은 남은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21일 밝힌 입장문에서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모비스 (243,500원 ▲5,000 +2.10%)도 지난 2일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을 유지한다. △5875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연간 배당금의 3분의1 분기배당 등을 계획대로 실시한다는 것.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주주친화 정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밝힌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이번 개편안 철회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178,000원 ▲1,000 +0.56%)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개편안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방향을 추진할 경우 기존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논리를 모두 바꿔야하는 부담이 있다. 큰 틀에서 기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를 끌어들일 유인책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것이 아쉽지만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표대결 보다는 전략 재검토가 더 낫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임시주총에 개편안이 부결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한 현재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시 쓸 수 없고, 엘리엇 등 해외자본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 또 경영권 승계가 남아있는 정 부회장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가중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현 개편안의 약점을 파악한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현대차는 이번 개편 안에서 △분할합병 비율의 문제점 △주주친화 정책 부족 △사업구조 개편의 향후 성장성 부족 등을 지적받았다.

정 부회장은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하겠다"며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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