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휴게소에 두고 간 교사 '벌금형'에 시끌시끌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8.05.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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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요청에 휴게소 커피숍에 아이 맡겨…"교사는 보호조치 최선 다했다" 반발

/삽화= 김현정 디자인 기자/삽화= 김현정 디자인 기자


체험학습을 가다 용변이 마렵다는 초등학생을 휴게소에 두고 내린 교사에 '벌금형'이 선고된 것을 두고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학부모가 요청한 일이고 불가피 한 상황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보호조치를 취했는데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것. 이에 학부모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5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김부한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아동복지법(아동유기·방임)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모 초등학교 A 교사(54)에 대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 취지에 대해 재판부는 "B양의 보호자가 올 때까지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B양을 안전한 곳에 인도하거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보호 의뢰 등을 전혀 하지 않고 방임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교사는 지난해 5월10일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도중 버스 안에서 B양이 복통을 호소하자 비닐봉지를 건네 용변을 해결하게 했다. 혹시 B양이 상처를 입을까 학생들을 한쪽으로 모았다. A 교사는 B양의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학부모는 자신이 데리러가겠다며 자녀를 휴게소에 내려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1시간 뒤 학부모가 B양을 데리러왔고, 아이를 발견한 뒤 이를 방치 및 아동학대 등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학교 측은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 A교사는 경찰 수사를 거쳐 약식기소 됐지만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은 즉각 반발했다. 교사는 당초 학생 혼자 휴게소에 남겨져 있을 경우 안전 등을 우려해 체험학습에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그러나 교육자가 학부모의 강력한 요청을 묵살하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A 교사는 B양을 휴게소 커피숍에 맡겼고, 직원에게 보호를 당부한 뒤 떠났다. 수차에 걸쳐 학생, 학부모와 통화하며 상황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나머지 다른 학생들의 체험학습도 진행해야 하는 교사로서는 더욱더 난감했던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과 조치들을 고려할 때 벌금의 실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8일에는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자는 "휴게소에 놓고내린 교사가 유죄라면, 놓고 가라고 전화로 이야기한 부모도 유죄 아니냐"고 반문하며 "판사는 앞뒤정황도 살피지 않고 왜 이런 무거운 형량을 내렸느냐"고 밝혔다.

반면 교사가 보호자가 올 때까지 같이 있었어야 했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33)는 "휴게소에 혼자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 아니냐"며 "교사가 끝까지 책임졌어야 했던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A 교사는 판결 확정시 향후 10년간 학교·학원·교습소 등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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