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걸린 현대차, 분할비율 조정·先상장에 무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하세린 기자 2018.05.2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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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회사 체제 유지 가능성 높아...엘리엇 등, 모비스 모듈·AS사업 가치 재산정 요구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주총 표대결에서 승산을 장담할 수 없자 임시주총을 취소했다. 현대차 (231,000원 0.00%)그룹은 21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지배회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현대모비스 (230,500원 ▼4,500 -1.91%)현대글로비스 (169,800원 ▼1,100 -0.64%) 간의 분할합병 비율 조정 등의 개선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가치평가 잡음을 없애기 위해 모비스 분할부문을 선상장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구조개편안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동걸린 현대차, 분할비율 조정·先상장에 무게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모비스 분할합병 반대 이후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까지 ‘반대’를 권고하자 분할합병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2대주주(9.82%)인 국민연금이 찬성을 선택해도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엘리엇과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중지됐지만 현대차 그룹에게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경영권 승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어서다.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낮은 현시점이 지배구조 변경의 적기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그룹의 주가가 낮아야 적은 비용으로 지분 교환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새로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안도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 부회장 등이 글로비스의 지분을 23.3%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또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글로비스의 사업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로 개편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를 선택할 경우 금산분리를 실행해야 하는데, 할부금융이 중요한 자동차산업의 특징상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기업도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회사 체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주주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의 분할합병비율 조정이다. 엘리엇과 ISS 모두 분할합병 비율을 문제로 삼았다. 모비스의 분할부문(모듈·AS사업)이 과소평가 됐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분할부문과 글로비스 간의 합병 비율을 6대4로 산정했는데, ISS의 경우 7대3으로 평가했다. 분할부문은 가치를 높이고, 글로비스는 낮추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ISS가 제시한 비율이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모비스의 분할부문을 상장해 시장에서 공정가치를 평가받은 뒤 글로비스와 합병을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주가로 평가받을 수 있어서 합병가치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시간을 단축하려면 기존 구조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며 “사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한 이유를 보면 제각각이기 때문에 교집합을 찾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가장 공통적인 부분이 모비스의 알짜사업부가 글로비스에 헐값에 팔렸다는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이라며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하고 경영권 승계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내 시장에서 통할지 몰라도 외국인 주주에게는 안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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