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과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중지됐지만 현대차 그룹에게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경영권 승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어서다.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낮은 현시점이 지배구조 변경의 적기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그룹의 주가가 낮아야 적은 비용으로 지분 교환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새로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안도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 부회장 등이 글로비스의 지분을 23.3%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또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글로비스의 사업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로 개편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를 선택할 경우 금산분리를 실행해야 하는데, 할부금융이 중요한 자동차산업의 특징상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기업도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회사 체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주주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의 분할합병비율 조정이다. 엘리엇과 ISS 모두 분할합병 비율을 문제로 삼았다. 모비스의 분할부문(모듈·AS사업)이 과소평가 됐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분할부문과 글로비스 간의 합병 비율을 6대4로 산정했는데, ISS의 경우 7대3으로 평가했다. 분할부문은 가치를 높이고, 글로비스는 낮추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ISS가 제시한 비율이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체제로의 이행을 회피하고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침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대차그룹의 출하대수 등을 감안할 때 2018년 중 지배구조 변경을 완료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