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Accelerate Hyundai 홈페이지/사진제공=엘리엇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그룹 최대 이슈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격 발표(3월28일)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2015년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전력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엘리엇은 당초 "출자구조 개편안이 고무적"이라고 운을 뗐으나 공격 수위를 점점 높였다. '벌처 펀드'라는 별칭처럼, 독하게 먹이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취했다.
한국에서마저 현대모비스 2대 주주(지분율 9.8%)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재계 저승사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현대차가 마련한 개편안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사실상 '정부의 OK 사인'까지 받아냈으나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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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은 '정치적 딜레마'까지 시달리며 불투명한 스탠스를 취했다.
국민연금은 박근혜 정부 시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한 것을 놓고, 곤욕을 치르면서 그 트라우마에 시달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한국 재벌과 정치 지형도에 대한 스터디를 해 온 엘리엇은 이런 상황까지 십분 활용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선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재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다른 국내 기업들에도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