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스포츠 종주국' 지키려면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8.05.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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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만 하면 금메달일 텐데 너무 아쉽죠.”

최근 아시안게임 e스포츠 출전 문제를 지켜보던 한 외국계 게임사 관계자의 말이다. 아시안게임 선수 등록 마감이 오는 31일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한국 대표팀의 출전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시범 종목에 채택됐다. 세부 종목은 총 6종. e스포츠의 시초격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게임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이다. 이 중에는 넷마블이 만든 모바일 MOBA(진지점령전) ‘펜타스톰’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높아진 게임의 위상을 절감하며 또 하나의 가능성이 열리는 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e스포츠 선수 톱 플레이어들을 보유하면서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조용하다. 출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대한체육회의 회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KeSPA는 회원 자격을 상실했다. 회원이 되려면 전국 시·도체육회에 1개 이상 지역종목단체가 가입해야 되지만 KeSPA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조직이 빈약한 데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신청이 반려됐다.

이 같은 상황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역시 체육회에 소속돼있지 않아 출전 등록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회의원들과 유관 단체가 나서 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우리나라의 모습과 대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이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꼬집는다. 게임은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잘못된 정책과 편견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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