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좌초 위기에 정부 '당혹'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8.05.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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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글로비스 임시주총 취소 결정…과도한 정부 압박, 공격 빌미줬다 지적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좌초 위기에 처함에 따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정부도 당혹스러워졌다.

현대모비스는 21일 이사회에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 취소를 결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다. 이번 주총 취소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시작으로 ISS와 글라스루이스 등 양대 의결권 자문사들은 분할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주주들 사이에 결정할 문제”라며 “공정위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내심 아쉬움도 읽힌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개편안을 지난 3월 28일 입장 자료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금산분리를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은 재계와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몰아주기 해소가 구체적 요구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중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말을 ‘데드라인’으로까지 설정해가며 재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에 호응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자 모범사례로 판단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취악한 상황에서 제도적 지원이 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자 외국계 투기자본이 틈을 비집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총 취소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면서 “기존의 긍정적 평가는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개혁은 순환출자 등을 통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와 같은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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