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K COMPANY
1991년 데뷔한 이영자가 스타가 되는 과정에는 그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 부분이 컸다. 그는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좀처럼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소리를 지르고, 남자 연예인에게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하고, 특정 지역이나 직업을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여성들보다 체구가 큰 편인 이영자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 캐릭터였고, 당시 그가 보여준 코미디 중 일부는 지금 방영됐더라면 많은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당시에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코미디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자신보다 예쁜 여성 코미디언에게 먼저 어깨동무를 하면서도 자신에게 손조차 내밀지 않는 남성 연예인을 향해 “돼지발처럼 보이나 보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데뷔 20년이 지난 후에도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주면 다 받아먹는”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영자는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자신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딱뜨려야 했다. 그가 다이어트 과정에서 지방흡입 사실을 숨긴 것이 밝혀진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의 거짓말은 잘못이다. 하지만 여성 코미디언이 본인의 캐릭터를 바꿀 수도 있는 다이어트를 선택한 것이 과연 그만의 판단이고,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영자의 ‘전지적 참견 시점’ 녹화 거부는 그의 인생이 그린 궤적이 자연스럽게 도달한 한순간일 것이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제작진이 자신이 음식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속보 보도를 넣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먼저 녹화에 불참했다. 그는 행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이 저지른 일은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자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바탕 삼아 성공했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을 긍정하고,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그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다.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지만 결국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삶. 이는 한 사람의 성장이되, 여성 연예인은 좀처럼 TV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이영자를 보다 주목해야 할 이유다. 그리고 ‘전지적 참견 시점’의 문제가 이영자의 하차나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징계와 방송사의 대책 수립으로 귀결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