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용한 빈소…평소 소탈한 고인의 뜻에 따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05.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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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의전·격식 마다한 고인 뜻 기리려 간소한 장례 치르기로"…발인날짜·장지도 함구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준비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사진=심재현 기자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준비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사진=심재현 기자


재계 큰 별은 정갈하게 자신의 유명(幽明)을 준비한 듯했다. 빈소의 분위기는 정중동(靜中動)이다. 아버지에 앞서 가야 하는 운명을 직감한 고인이 유족들에게 요란하지 않은 장례를 준비하게 한 결과로 읽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오전 9시52분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빈소가 준비 중이다.

LG (87,500원 ▼100 -0.11%)그룹이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면서 빈소 앞엔 언론사 취재진과 LG그룹 임직원 몇몇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조용하다.



빈소 준비를 위해 오가는 장례식장 직원 외에는 오가는 사람도 드문 상황이다.

LG그룹과 유족은 친지와 가족 외에는 조문과 함께 조화도 받지 않기로 했다. 생전에 의전과 격식을 마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족들은 발인날짜와 장지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구 회장이 병세 악화로 입원한 사실이 지난 17일 알려지면서 전날까지 가족들이 서울대병원을 찾아 구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이후 한남동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해왔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1년 동안 투병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93)의 장남으로 1995년 회장에 취임했다.

1945년 2월10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상경대, 미국 애쉬랜드대,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등에서 공부한 뒤 1975년 럭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럭키 수출관리부장, 본부장, 럭키금성그룹 전무, 부사장, 금성사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1995년부터 회장으로 LG그룹을 이끌었다.

구 회장은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이 키를 잡은 24년 동안 LG그룹의 해외 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1배, 국내 매출은 30조원에서 160조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연경, 구연수씨 등 1남 2녀가 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제공=LG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제공=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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