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지점' 국민銀 '역발상' 유니버셜뱅크 전략 순항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5.22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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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홍콩 이어 런던도 ''법인→지점' 전환…1Q 해외 실적도 상승세

'법인→지점' 국민銀 '역발상' 유니버셜뱅크 전략 순항


KB국민은행의 해외 영업망 '유니버셜뱅크'(Universal Bank) 전략이 순항 중이다. 홍콩법인과 런던법인을 차례로 지점으로 전환, 은행·증권 등 업무를 겸영하는 '유니버셜뱅크'로 육성한다. '주재원→사무소→지점→법인'으로 덩치를 키우는 기존 해외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본점이 뒷받침하는 거점별 CIB(기업투자금융)로 새로운 성장 공식을 수립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7일 런던 현지법인의 지점 전환을 완료했다. 국민은행 해외 법인의 지점 전환은 지난해 1월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글로벌 사업의 재정비 차원에서 유니버셜뱅크 육성을 추진해 왔다. 수출입금융·기업대출·송금 등 고유 업무에 더해 금융주선·채권발행·인수금융·구조화금융·M&A(인수합병) 등 IB(투자은행) 업무가 모두 가능한 지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015년 1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주재국 면허 취득 시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해도 유가증권 등의 업무를 계속 영위할 수 있게 한 것이 유니버셜뱅크 추진의 기폭제가 됐다. 또 국민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취약한 데다 기존 해외진출 방식은 시간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기업·투자금융(CIB) 사업 확대에 유리하다. 법인 형태는 동일인 대출한도가 법인 자기자본의 25%로 제한되는데, 지점으로 전환되면 국민은행 본사의 자기자본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적용된다. 올 1분기 말 런던법인의 자기자본은 838억원에 불과한 반면 국민은행은 25조원이 넘는다.

조달 부문에서도 유리하다. 국민은행 본사의 신용등급을 이용한 차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장기외화채권 발행등급 A(Stable), 무디스로부터 A1(안정적), S&P로부터 A+(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기존에 런던법인은 '무등급'이었던 탓에 사실상 현지에서의 차입이 불가능했다.

홍콩의 경우 1년여만에 '법인→지점' 전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지점 총자산은 전년대비 60% 증가한 12억3000만억달러, 당기순이익은 41% 증가한 68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국민은행의 글로벌 재정비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며 올 1분기 실적도 전분기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홍콩·런던 등 선진시장에선 유니버셜뱅크로, '신남방' 지역에선 수익구조 다양화와 현지화로 공을 들여 온 결과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홍콩·중국·캄보디아·미얀마 등 5개 해외법인의 순이익 합계는 18억15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1078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미얀마 법인은 지난해 3월 영업 개시 후 1년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캄보디아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지점 전환 결정으로 손실이 컸던 홍콩법인이 적자 폭을 줄인 게 주효했다. 홍콩 법인은 현재까지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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