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트럼프, 백신이 나쁜 게 아닌지 물어봐"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5.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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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HIV와 HPV도 구분 못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신의 효능을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두종 바이러스(HPV)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구분하지 못해 두 번이나 물었다고도 밝혔다.



미국 MSNB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열린 게이츠재단 행사에서 게이츠가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대해 언급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사실을 언급하며 그가 유두종 바이러스(HPV)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을 구분하지 못해 두 번이나 설명했다고 밝혔다.

게이츠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트럼프 타워에서 한번 이뤄졌고 취임 후 백악관에서도 한 차례 있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만날 때마다 HPV와 HIV의 차이를 물었다"며 "(보통 사람들이)두 질병을 혼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HIV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인자로 알려진 전염성 바이러스다. 에이즈와 자궁경부암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이 높은 질병이기 때문에 두 바이러스를 혼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의 효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고도 전했다. 게이츠는 "두 차례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이 나쁜 건 아닌지 물었다"며 "그가 백신의 부작용을 조사할 위원회 구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대통령에게 "위원회는 좋지 않은 것이므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백신 반대 운동'의 영향으로 받아들여진다. 백신 반대 운동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자폐증에 걸릴 수 있다'는 등의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랜드 폴 등 공화당 일부 대선 후보들이 이 같은 음모론에 동조해 대선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이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면서 5종 백신 접종률이 90.9%까지 떨어졌다. 한국(6종 백신 평균 접종률) 96.9%, 호주 94.5%, 영국(3종 백신 평균 접종률) 93.7%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한편 게이츠는 현재 전 세계 질병 퇴치 및 의료기술 개선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유명 강연이 TED에 출연해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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