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페미니즘 문제 아냐, '사람 대 사람'으로 낀 것"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5.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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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누드촬영 피해 호소한 유튜버 공개 지지…일부 누리꾼 "페미니스트냐"며 비난

가수 수지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가수 수지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수 수지가 자신을 향해 '페미니스트'라며 비난하고 있는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18일 수지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서 수지는 자신이 유명 유튜버가 불법 누드 촬영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공개 지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7일 수지는 해당 청원에 동의를 한 모습을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공개했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수지의 청원 동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수지가 '페미니스트'라며 비난했다. 수지가 편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페미니스트라서 실망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해명글에서 "5월 17일 새벽 4시 즈음 어쩌다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고 운을 뗀 수지는 "그런 사진(강요에 의해 촬영한 불법 누드사진)들이 유출되어버린 그 여자 사람에게 만큼은 그 용기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몰카, 불법 사진유출에 대한 수사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청원이 있다는 댓글을 보고 사이트에 가서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다.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면서 "하지만 어찌 됐든 둘 중 한쪽은 이 일이 더 퍼져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라고 글을 맺었다.

◇아래는 수지 SNS 해명글 전문

5/17일 새벽 4시 즈음 어쩌다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어떤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던 '여자 사람'이 3년 전 일자리를 찾다가 원치 않는 촬영을 하게 돼 성추행을 당했고, 나중에는 사진들이 음란사이트에 유출되어 죽고 싶었다고.

정확히 어떤 촬영인지 완벽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뭣도 모른 채 무턱대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는데, 막상 촬영장을 가보니 자신이 생각한 정도의 수위가 아니었고 했다. 촬영장 사람들의 험악한 분위기와 공포감에 싫다는 말도 못하고 도망도 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디테일을한 글을 읽는 게 너무 힘든 동시에 이 충격적인 사건이, 이 용기있는 고백이 기사 한 줄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 새벽 당시에는)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수사를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바랐다. 하지만 검색을 해도 이 사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사실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뭐지 싶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이 한두 개 만 올라와 있었다.

새벽에 친구한테 '이런 사건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보내놓은 뒤 일단 잠에 들었다. 일어나 찾아보니 정말 다행히도 인터넷과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 뉴스가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이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 사건이 잘 마무리가 되길 바랐다. 다른 일을 하며 틈틈이 기사를 찾아봤는데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아직 수사 중이다. 맞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주장뿐이다. 아직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엔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부분이 부풀려졌고 어떤 부분이 삭제되었고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선뜻 새벽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듯한 댓글들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이 사건에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이 유출되어버린 그 여자 사람에게 만큼은 그 용기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몰카, 불법 사진유출에 대한 수사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청원이 있다는 댓글을 보고 사이트에 가서 동의를 했다.

이 사건을 많이들 알 수 있게 널리 퍼트려달라는, 그것만큼은 작게나마 할 수 있었다.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다.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둘 중 한쪽은 이 일이 더 퍼져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있을 거니까.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통해 좀 더 정확한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렇게 지나가게는 두고 싶지 않았다.

그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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