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몸값 151조"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셋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8.05.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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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韓 대공습]⑤ '21년 만에 몸값 151조원'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

편집자주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의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옥자’에 이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한국 콘텐츠 투자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입자 확대를 위해 일부 케이블TV에 이어 통신사와도 손을 잡았다. 국내 콘텐츠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쥐고 흔들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짚어봤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블룸버그넷플릭스 공동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블룸버그


블록버스터급 성장이다. 1997년 DVD 우편 배송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1년 만에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이 됐다. 매출도 가입자수도 거침없다. 지난달 1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매출이 37억 달러(약 3조9500억원)를 기록했고 전세계 가입자수도 1억명을 넘겼다. 시가총액은 1400억 달러(약 151조원)를 훌쩍 넘기며 95년 역사의 디즈니(1550억달러)에 맞먹는다. 막힘없는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1.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ovation·개방적 혁신)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큰 회사다. 특히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시네매치(cinematch)' 알고리즘이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순수 넷플릭스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06년 '넷플릭스 프라이즈'(Netflix Prize)라는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시네매치의 정확도를 10% 개선하는 팀에게 100만달러(약 12억원)을 주기로 했다. 전세계 데이터과학자들은 돈보다도 넷플릭스의 방대한 데이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데 흥분했다. 3년 간 4만개 팀이 달려들었고 AT&T 벨 연구소 연구원 팀이 시네매치 성능을 10% 개선시켰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과감하게 공개해, 외부의 역량으로 내부의 혁신을 이루어낸 것이다.



2. 빅데이터에 끼얹은 배짱 한 스푼
넷플릭스는 '감'으로 일하지 않는다.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라는 객관적 근거를 갖고 내린다. 그렇다고 '넷플릭스=데이터'도 아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우리는 데이터로 시작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늘 배짱(gut)으로 한다"며 "한 마디로 하면 'Informed intuition'(정보에 입각한 직관)이다"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히트 친 대표작이다.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하고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라면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에는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최종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신디 홀랜드 부사장과 콘텐트 수석 테드 사란도스다. 두 사람은 2011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방영작으로 결정하자마자 한 시즌 13편을 한꺼번에 제작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홀랜드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쇼비즈니스 업계에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오리지널에 계속 투자할 테니 함께 일해도 좋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핀처 감독과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 거물을 설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사진=넷플릭스 잡 홈페이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사진=넷플릭스 잡 홈페이지
3. '가족 같은 회사는 망한다'는 조직문화
조직문화도 색다르다. 넷플릭스가 사내 조직문화를 정리해둔 '컬처 덱'(Culture Deck)이라는 문서에는 "우리는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라는 구절이 있다.

공동창업자인 마크 랜돌프가 이끌던 창업 초기만 해도 넷플릭스는 화목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랜돌프를 포함한 직원 40%를 해고했다. 회사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실력 있는 구성원이 모인 곳이며, '최고의 보상은 탁월한 동료'라는 게 헤이스팅스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일터는 커피를 주고 점심에 초밥을 주는 곳이 아니다. 이런 게 정말 '좋은 것'이 되려면 회사에 좋은 동료가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A급 인재들에게는 보상을 아끼지 않으며, 아무리 똑똑해도 협업을 해치는 직원은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업계 평균보다 생산성이 40% 높으며 수익률도 30~50%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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