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향이 가득한 터키서 온천을 즐기다

머니투데이 으스파르타·아피온(터키)=김남이 기자 2018.05.19 05:30
글자크기

[여행]터키 으스파르타, 세계 최고의 장미오일 생산지...아피온, 터키 최대 온천지역

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퍼레이드에 참여한 소방관이 소방차 위에서 장미꽃잎을 뿌리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퍼레이드에 참여한 소방관이 소방차 위에서 장미꽃잎을 뿌리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5월 장미 꽃잎이 지천에 흩날렸다. 터키항공 국내선으로 이스탄불에서 1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터키 서남부 으스파르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장미 축제가 한창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했고, 공중에 장미꽃잎을 뿌렸다. 시내 중심가를 사람과 장미가 가득 메웠다.



낯선 동양인을 향해 장미꽃잎을 뿌리며 미소 짓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으스파르타 시청에서 일하는 니하트는 "장미는 보통 5월 20일쯤 개화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더워 열흘 정도 일찍 폈다"며 "제대로 된 시기에 방문했다"고 반겨줬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세계 제일의 장미오일 생산지…직접 장미 수확하다=
으스파르타는 세계 제일의 장미오일 생산지다. 전세계 유통량의 6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어딜 가도 장미를 볼 수 있다. 길가의 가로등마저 장미꽃 모양으로 만들었다.



으스파르타 지역에 장미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뮤슈트자데 귈주 이스마일 에펜디이다. 으스파르타 중심가에 에펜디의 동상이 있다. 에펜디는 1870년 불가리아에서 반출금지령을 피해 장미종자를 지팡이에 넣어 으스파르타로 가져왔다.

이후 장미는 터키를 대표하는 꽃이 됐다. 터키 여성 중에는 ‘귤’이 들어간 이름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귤’은 터키어로 장미를 뜻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장미오일을 발라주는 풍습도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열린 축제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다음날 새벽부터 으스파르타 지역에 있는 '아르드츨르 쿄유(Ardıçlı köyü)'로 향했다. 아르드츨르 쿄유는 장미가 있는 시골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수확하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이슬을 머금은 장미꽃잎이 장미오일을 만들기에 최적이다.


녹차밭처럼 잘 정리된 장미밭 사이에서 사람들은 장미꽃을 수확했다. 검지로 꽃봉오리 바로 밑 줄기를 당겨 따는 게 포인트다. 초보자는 가시를 피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양손으로 빠르게 따 나갔다. 한참을 따다보니 진한 장미향이 손에 배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터키 으스파르타 지역에 있는 ''아르드츨르 쿄유(Ardıçlı köyü)'에서 장미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터키 으스파르타 지역에 있는 ''아르드츨르 쿄유(Ardıçlı köyü)'에서 장미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주민들이 수확한 장미꽃은 인근의 귤빌릭 공장으로 간다. 공장에서는 장미꽃 500kg과 물 2500kg을 넣어 끓인 뒤 증기를 모아 장미오일과 장미수를 만든다. 가벼워 위로 뜨는 것이 장미오일,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장미수가 된다.

2시간의 작업 끝에 500kg의 장미꽃에서 110g의 장미오일이 만들어진다. 4톤의 장미꽃잎을 넣어야 1kg의 장미오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장미오일 1kg은 1만유로의 가격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팔려 각종 화장품 및 향수 생산에 쓰인다.

으스파르타에서 차로 30~40분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명물인 에이르디르 호수가 있다.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57배에 달하는 482㎢에 이른다. 호수 가운데 작은 섬 예실까지는 길이 이어져 있는데, 이곳의 식당에서 터키 전통 생선음식을 먹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터키 으스파르타 지역에 있는 에이르디르 호수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터키 으스파르타 지역에 있는 에이르디르 호수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터키 최대 온천 도시 '아피온'...새로운 관광명소=
으스파르타에서 한시간 반 가량 버스를 타고 가면 작은 도시 아피온(afyon)이 나온다.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 최대의 온천 도시이다. 이슬람신비주의와 아피온성으로도 유명한 곳으로 다양한 터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스타파 투툴마즈 아피온 주지사는 "지정학적으로 여러 문명이 거쳐 간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온천을 갖고 있는 도시가 아피온"이라며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향후 많은 사람들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터키 아피온의 한 호텔에서 온천수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남이 기자터키 아피온의 한 호텔에서 온천수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남이 기자
아피온은 최근 온천을 중심으로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서고 있다. 5성급 호텔이 11곳으로 4성 호텔을 더하면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2만명의 외국인이 아피온 지역 온천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아피온의 온천 호텔은 호텔 내 의사를 두고 수(水)치료 서비스도 하고 있었다. 인근의 아피온 코가테페 대학(AKU)은 물리치료 병원을 운영 중이다. 아지즈 발 학장은 "하루 300~400명이 AKU에서 치료를 받는다"며 "지역 온천이 치료에 적합한 미네랄 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아피온의 모습. 멀리 산 위의 아피온 성이 보인다. /사진=김남이 기자터키 아피온의 모습. 멀리 산 위의 아피온 성이 보인다. /사진=김남이 기자
온천, 아피온성과 함께 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양귀비이다. 아피온의 지명도 양귀비(아편, opium)에서 유래했다. 곳곳에 양귀비 밭이 있었는데 모두 나라의 감독을 받고 있다. 양귀비를 원료로 하는 세계 최대의 모르핀 공장이 아피온에 있다. 터키 정부는 아피온에 약료식물 센터를 두고 다양한 약재를 시험 중이다.

으스파르타에서 갖고 온 장미목 염주는 아직도 향기가 그윽하고, 몸은 아피온의 온천을 그리워하고 있다. 장미와 온천, 양귀비. 터키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나라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