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눈으로 보고 글눈으로 쓰다…'까막눈 엄마'들의 '꽃시'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05.1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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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엄마의 꽃시'…노년에 글눈 튼 어머니들의 진한 희노애락 담긴 시 100편

일눈으로 보고 글눈으로 쓰다…'까막눈 엄마'들의 '꽃시'


"이 땅의 시인들 다 죽었다"

이제 막 글눈을 튼 어머니들의 시를 읽고 어떤 시인은 탄식했다. 문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단 시인들의 시도 아닌데 말이다. 어머니들만이 느낀 진한 희노애락이 서툴게 한글자씩 써내려간 단어 사이, 문장 사이에 스며들어있어서다.

한국만큼 시인이 많고 시집이 많이 출간되는 나라도 없다. 그리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나라도 바로 대한민국이다. '엄마의 꽃시'는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수상한 어머니들의 시를 모은 책이다. 수상작들을 보며 생생함에 놀라고 목이 멨다는 김용택 시인이 수상작 중 100편을 골라 각 작품마다 자신의 생각을 보탰다.



엄마 시인들은 대부분 60~70대다. 가장 고령자는 88세 할머니이고 지적 장애를 가진 45세 엄마도 있다. 남편만 믿고 한국에 시집 온 이주 여성도 있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시인'이다.

엄마 시인들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도 아직도 가족에게 못다 표현한 말이 있고, 뒤늦게 '까막눈'을 탈출한 벅찬 감동을 노래하고, 글눈보다 일눈을 먼저 튼 어머니들이 자연과 일상에서 글자를 보기 시작했고, 중년·노년의 삶에도 희망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각양각색 '꽃시'를 통해 삶이 곧 공부이며 감사와 희망에 대해 진실된 고민을 하게 된다. 김 시인은 "살아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삶의 노래"라며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엄마의 꽃시=김용택 (엮음) 지음. 마음서재 펴냄. 264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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