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어떻게 가나요?"…쇼핑→역사로 바뀌는 '방한관광지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배영윤 기자 2018.05.1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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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강원도, 민간업체 등 'DMZ관광' 상품 개발 및 홍보 주력…"관람에서 체험 위주 관광으로 변화"

DMZ 관광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사진제공=코스모진 여행사DMZ 관광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사진제공=코스모진 여행사


"DMZ(비무장지대) 어떻게 가나요?"

한국 관광객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방한 외국 관광객은 서울 또는 제주로 관광 핫플레이스가 대개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남한과 북한의 경계지역인 DMZ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남북정상회담 등 급물살을 탄 남북 관계 평화 무드에 힘입어 평소 안전 등의 이유로 꺼리던 지역이 가장 '핫'한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것이다.



1953년 7월27일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면서 DMZ는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각각 2km씩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됐다. 결과적으로 '통제' 덕분에 자연상태 보존이 잘 됐고 이는 관광 자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관광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간 이 지역은 '넘볼 수 없는' 곳이었으나, 해빙 무드를 타고 관광객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DMZ상품은 강원도 화천군의 'DMZ평화관광상품', 양구군의 시티투어상품 '펀치볼 코스'와 '두타연 코스'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이들 DMZ 상품 홍보를 강화해 관광객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공사와 화천군은 'DMZ평화관광상품'(춘천역~산소길~칠성전망대~평화의댐-춘천역)을 공동 출시해 첫해 약 1000명 정도의 관광객을 모으며 주 1회만 운영했지만, 올해는 주 2회(매주 토, 일)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20명 이상 신청하면 주중에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구군 시티투어상품인 '펀치볼 코스'(춘천역~해시계~통일관~을지전망대~제4땅굴~양구자연생태공원~춘천역)와 '두타연 코스'(춘천역~박수근미술관~두타연~양구선사·근현대사박물관~춘천역)를 생태평화 테마여행지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협업도 강화키로 했다.

"DMZ 어떻게 가나요?"…쇼핑→역사로 바뀌는 '방한관광지도'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후 두 달 사이 DMZ 관광객은 조금씩 느는 상황이다. DMZ 관광 전문 여행업체 'DMZ관광주식회사'는 파주, 연천, 양구, 고성, 철원 등 DMZ 관광지 7개 지역 관광 상품을 운영 중인데, 전년 대비 관광객이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늘어난 관심 때문인지 올해 철원 관광상품 'DMZ 피스 투어'를 새로 내놓기도 했다.


DMZ관광주식회사에 따르면 최근 기존 단체관광객에 이어 개별관광객이 늘었고 평소보다 20%가량 문의 건수가 증가했다.

장승재 DMZ관광주식회사 대표는 "그간 이 지역 통제가 심한 데다 가고 싶어도 리스크 문제로 안 갔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남북 해빙 무드와 계절적인 요인으로 특히 북미와 일본 관광객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VIP 의전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 여행사도 지난 4, 5월 DMZ 방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1~3월 월평균 5000명이던 관광객 수가 4~5월 6000명으로 증가했다.

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를 타고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다면 DMZ나 경복궁, 서대문형무소와 같은 역사가 담긴 장소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스모진 여행사는 병영 체험, 군인 태권도 체험, 군 식사 체험 등 각종 안보 관광상품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DMZ 관광 지도(김포~고성)/사진=DMZ관광주식회사DMZ 관광 지도(김포~고성)/사진=DMZ관광주식회사
DMZ관광은 그간 쇼핑으로 점철된 한국 관광의 편향성을 역사나 문화 관광으로 돌려 관광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과거 독일 통일 전후로 베를린장벽이 파리 개선문, 에펠탑 같은 유럽여행 필수코스로 부상했던 것처럼 DMZ도 방한한 외국 관광객을 끄는 중요한 요소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DMZ 등 안보관광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장"이라며 "남북관계가 더 발전할수록 DMZ관광은 역사적 의미를 높일 수 있고 쇼핑 중심의 관광 형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DMZ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90%가 파주에 집중돼 있고 다양한 DMZ관광 상품이 부족한 현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DMZ관광의 중심은 철원인데, 내외국인의 관광객 대다수가 특정 지역에만 몰려 제대로 된 관광을 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DMZ상품을 개발해서 많이 알리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승재 DMZ관광주식회사 대표는 "DMZ관광이 땅굴이나 전망대 관람 등 40, 50년 된 상품이 대부분"이라면서 "앞으로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트래킹을 하는 등 체험 위주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공이나 호전적 소재가 아닌 평화가 중요 관광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것.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6월쯤 DMZ관광의 활성화와 다각적 상품 홍보를 위해 전국 SNS서포터즈, 여행사 관계자, 전문가, 사회소외계층 등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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