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런데 알고 보면 멍거가 맞다. 대다수 국가에서 경마는 1867년 조세프 올레가 창안한 패리뮤추얼(Pari mutuel, 영어로는 mutual bett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이긴 말에 베팅한 전체 금액 중 비용과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배당률에 따라서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가끔씩 경마에서 100배가 넘는 고배당이 나오지만, 100배나 되는 대박을 잡은 사람은 100분의 1 확률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경마에서 정부가 세금, 운영비 등으로 27%를 떼가기 때문에 137분의 1 확률을 맞춰야 100배를 벌 수 있다.
멍거는 미국 철도주식과 IBM을 들어서 자세히 설명했다. 철도주식은 경쟁 기업과 강성 노조로 인해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3배에 불과하지만, IBM주식은 전성기에 PBR이 6배에 달했다. 패리뮤추얼 방식이다. 누구나 IBM의 사업 전망이 철도주식보다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들이 IBM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과연 PBR이 6배나 되는 IBM을 매수하면 그보다 PBR이 싼 철도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글쎄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경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경마에서 역대 최강마였던 '당대불패'는 전성기 시절 단승식(1등을 맞추는 방식) 배당률이 1.2배까지 떨어졌다. 1000원을 걸었을 때, 1등을 해도 1200원 밖에 못 받는다는 얘기다.
좋은 기업을 매수하거나 좋은 말에 건다고 해서 시장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 패리뮤추얼 베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멍거는 지금까지 패리뮤추얼 시스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의 특징으로 한 가지를 꼽았다.
“돈을 번 사람들은 자주 베팅하지 않는다”(They bet very seldom). 그들은 주식시장이나 경마를 유심히 관찰하지만, ‘가격이 잘못 매겨진 베팅’(mispriced bet)기회를 발견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멍거는 ‘투자는 패리뮤추얼 시스템에 맞서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버핏과 자신은 경마로 치면 승률이 50%지만, 배당률은 3배인 투자기회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투자란 ‘가격이 잘못 매겨진 도박’(mispriced gamble)을 찾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한다.
가치투자에 대한 멍거의 정의도 독특하다. 멍거는 투자자들이 베팅 가격이 잘못 매겨졌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많이 알아야 하며 그게 바로 ‘가치투자’(value investing)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