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 'V'자 반등…"급락 때 매수하니 24% 수익"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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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18>주가 급락에 대처하는 세 가지 유형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자료=cnbc/자료=cnbc


“일주일새 19% 폭락, 두 달 만에 24% 반등”

투자자 A씨는 3월 중순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커다란 스캔들에 휩싸여 주가가 일주일새 거의 20%나 폭락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에 분노하며 주식을 처분했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하향했습니다.

해당 기업의 CEO는 스캔들 때문에 국회 청문회에 이틀 연속 불려 나갔고, 여러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서비스 이용을 중지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주식을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계좌에 남아 있던 자금으로 추가 매집에 나섰습니다. A씨는 스캔들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지만 다분히 감정적인 요인이 크고, 또 펀더멘탈엔 별 다른 영향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B씨는 주가 급락세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자 기업의 펀더멘탈이 손상됐다고 여겼습니다. 애널리스트가 목표 주가를 하향한 것도 그렇고, 스캔들 때문에 해당 기업의 매출이 최대 2조원 가량 감소할 것이란 시장전문가의 예측도 나왔습니다.



B씨는 주가 하락세가 일주일을 넘어서자 보유하던 주식 전량을 손절매 했습니다. 주가 반등이 조만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B씨는 주식 처분으로 15%가 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투자자가 아니었던 P씨는 주가가 단기간에 20% 가까이 급락하자 좋은 투자기회가 왔다고 봤습니다. 통상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고 부를 정도로 나쁜 징조로 여깁니다. 하지만 P씨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P씨는 해당 주식 매입에 나섰고, 해당 주식의 비중은 금새 P씨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이 됐습니다.


위에 소개된 기업은 세계 최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facebook)입니다. 지난 3월 중순 페이스북의 고객정보 불법 유출 스캔들이 터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유형의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B씨처럼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도 있고, A씨처럼 주식을 팔지 않고 오히려 추가 매집에 나선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P씨처럼 주가 급락을 좋은 투자기회로 보고 새롭게 주식을 사 모은 투자자도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됐을까요? 5월 10일 페이스북 주가는 185.53달러로 마감해 스캔들이 터지기 전 종가(3월 16일)인 185.09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11일엔 추가 상승해 186.99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스캔들로 급락했던 주가는 두 달 만에 ‘V’자 모양을 그리며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스캔들이 터진 뒤 기록한 저점(3월 19일 172.56달러)으로부터 24%나 급등했습니다.

게다가 이 기간 주식시장 전체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5월 11일 마감한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페이스북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 수준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주가 반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주가가 두 달 만에 ‘V’자를 그리며 급등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가 급락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매집에 나섰던 A씨는 손실을 하나도 보지 않고 7% 중반대의 투자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가 급락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새롭게 주식을 사 모은 P씨는 두 달도 안 돼 10% 후반대의 투자수익을 보고 있습니다. P씨는 목표수익이 도달했다고 보고 곧 차익실현에 나설 생각입니다.

반면 일주일가량 이어진 주가 급락세에 공포감을 느끼고 주식을 내던진 B씨는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 스캔들에 대처한 세 가지 유형의 투자자 가운데 주식을 내다판 투자자만 손해를 본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휩싸여 해당 주식을 내다팝니다. 만약 주가가 ‘V’자 반등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무도 주식을 내다팔지 않겠죠. 그러나 사건이 터지는 순간에 냉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기 쉽죠.

주식투자에서 탐욕(greed)이 이성을 마비시키듯 공포(fear)도 판단력을 흐리게 만듭니다. 이번 페이스북의 경우는 공포가 문제였습니다.

행동재무학은 투자자들이 어떤 상황에도 냉철한 이성을 견지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좋은 투자기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페이스북 스캔들 이후 나타난 주가 급락과 'V'자 반등은 행동재무학의 좋은 사례 연구(case study)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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