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은 혈관을 좁게 만들고 심장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을 줄인다. 이는 힘들게 운동할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 두 상황의 공통점은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독이 약일 될 수 있을까. 해답은 호르메시스에 있다. 이는 ‘적응적 스트레스 반응’을 의미한다. 이런 반응을 가진 생명은 보편적으로 과하지 않고 오래 지속하지 않는 용량의 스트레스 자극에는 적응하고 더 건강한 상태로 나아갈 잠재력을 지닌다. 독성물질도 적당한 양이 투여될 경우 기존의 손상까지 복구할 수 있다.
알코올은 적은 양일 때 신경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하며 혈관을 보호한다. 방사선을 쬐면 백혈병이나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한편에선 간암, 유방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쓰인다.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막기 위해 항산화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운동도 활성산소를 유발하기는 마찬가지.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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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는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더 잘 견디는 것도 부족이 주는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긍정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 인간은 고생스러운 상황에서 좋은 것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진화에서 진행된 매커니즘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저자가 흡연이나 방탕한 생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아니라, 적절한 용량과 정도를 찾는 것이다.
저자는 “건강은 상태가 아니라 장해 요인(방해 요소)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것”이라면서 “호르메시스는 진화적 시각뿐 아니라 생물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메시스=리하르트 프리베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펴냄. 344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