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흡연이 심근경색의 예후에 효과가 높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5.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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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나쁘다고 알려진 것들에 대한 재발견

때론 흡연이 심근경색의 예후에 효과가 높다?


흡연이 건강에 백해무익이라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선 이 진리 같은 사실이 재해석되고 있다. 이른바 ‘흡연 패러독스’다. 일부 흡연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예후에 비흡연자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은 혈관을 좁게 만들고 심장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을 줄인다. 이는 힘들게 운동할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 두 상황의 공통점은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흡연자의 심근경색 예후가 좋은 이유는 소위 곁동맥(부행동맥) 덕분.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심장 스스로 만들어낸 우회 혈관이다. 니코틴으로 심장혈관이 수축해 막힌 동맥을 대체할 수 있는 곁동맥이 형성되면서 스트레스 방어 단백질의 형성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심장전문의인 게오르크 에르틀 박사도 이 놀라운 연구결과를 인정한다.

어떻게 독이 약일 될 수 있을까. 해답은 호르메시스에 있다. 이는 ‘적응적 스트레스 반응’을 의미한다. 이런 반응을 가진 생명은 보편적으로 과하지 않고 오래 지속하지 않는 용량의 스트레스 자극에는 적응하고 더 건강한 상태로 나아갈 잠재력을 지닌다. 독성물질도 적당한 양이 투여될 경우 기존의 손상까지 복구할 수 있다.



세계 10대 슈퍼 푸드에 대한 요란한 선전만 믿고 무작정 섭취하다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유독 물질로 알려진 성분도 적당한 양을 복용하면 약이 될 수 있다.

알코올은 적은 양일 때 신경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하며 혈관을 보호한다. 방사선을 쬐면 백혈병이나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한편에선 간암, 유방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쓰인다.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막기 위해 항산화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운동도 활성산소를 유발하기는 마찬가지.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단식하는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더 잘 견디는 것도 부족이 주는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긍정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 인간은 고생스러운 상황에서 좋은 것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진화에서 진행된 매커니즘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저자가 흡연이나 방탕한 생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아니라, 적절한 용량과 정도를 찾는 것이다.

저자는 “건강은 상태가 아니라 장해 요인(방해 요소)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것”이라면서 “호르메시스는 진화적 시각뿐 아니라 생물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메시스=리하르트 프리베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펴냄. 344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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