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넓은 남성은 주식투자 수익률이 나쁘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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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16>남성호르몬과 주식투자 성적의 역(逆)관계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얼굴이 넓은 남자 CEO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얼굴이 넓은 남성은 더 공격적이다.”
“얼굴이 넓은 남성은 ‘마초기질’(=남성적 기질)이 강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얼굴이 넓은 남성’을 검색해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찾아 볼 수 있다. 얼굴이 넓은 남성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에서 ‘공격적이다’, ‘마초기질이 강하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이들 연구는 남자의 얼굴 크기를 통해 그 남자의 성격과 기질, 리더십, 나아가 미래 성공가능성 여부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얼굴 크기는 양쪽 광대뼈 사이 너비를 눈썹에서 윗입술까지 길이로 나눈 얼굴 넓이-높이 비율(fWHR)로 측정한다. 쉽게 말하면 안면 중앙부의 가로와 세로 비율이다.



*fWHR=(양쪽 광대뼈 사이 너비=얼굴 가로 길이)÷(눈썹에서 윗입술까지 길이=얼굴 세로 길이)

얼굴 세로 길이에 비해 가로가 길수록 fWHR이 높고 따라서 얼굴이 더 넓은 형태를 띠게 된다. 반대로 얼굴 가로 길이에 비해 세로가 길수록 fWHR은 낮다. 쉽게 말하면 얼굴 가로가 길면 fWHR은 높고, 세로가 길면 fWHR은 낮다.

일반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귀중한 시간에 왜 남성의 얼굴 크기를 연구하나 의아해 할 수 있다. 혹자는 속으로 ‘과학자들이 참으로 할 일이 없네’라고 치부할 수 있다.

또 다른 이는 “본디 사람의 얼굴이란 부모의 유전자에서 기인한, 타고난 것이 아니던가? 태어나면서부터 잘 생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처음부터 못 생긴 사람이 있듯이”라며 반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남성의 얼굴 크기에 따라 성격과 기질, 미래 성공가능성 여부가 달라진다고 하면 이는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면서부터 결정된다는 운명론에 동조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하지만 남성의 얼굴 크기는 유전자 이외에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즉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많은 사람일수록 광대가 발달해 얼굴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사회과학 연구에서 얼굴의 넓이-높이 비율(fWHR)을 남성호르몬의 과다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고고학에서는 땅속에서 발굴한 오래된 두개골을 분석할 때 fWHR을 측정해 고대 인류의 모습을 추정한다. 미국 인기 수사드라마 CSI에서도 얼굴의 fWHR을 측정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남성호르몬이 많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마초기질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모험적이고, 공격적이며 심하면 폭력적이고, 리더십이 강하고,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성향의 남성을 ‘알파남’(alpha male), '마초남'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통계적으로 얼굴이 넓은 남성이 이와 같은 성격과 기질을 가질 경향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참고로 27일 있었던 남과 북 정상의 역사적인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 크기가 확연히 차이남을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있었다. 얼굴이 넓은 김 위원장이 마초기질이 강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굴이 넓은 남성의 주식투자 성적은 어떨까?

지금까지의 여러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이 많아 얼굴이 넓은 남성은 주식투자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위험한 투자를 회피하지 않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선 남성이 여성보다 주식투자에 있어 지나친 자신감(overconfidence)에 사로잡혀 있다는 재무학 연구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데이비스(UC-Davis)의 브래드 바버(Brad Barber) 교수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버클리(UC-Berkeley)의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 교수는 2001년에 발표한 논문(Boys will be boys: gender, overconfidence, and common stock investment)에서 주식투자에 있어 남녀간 성(性)별 차이가 뚜렷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남자들이 여자보다 더 빈번하게 주식을 매매한다’는 사실과 그 결과 ‘남자들의 주식투자 수익률이 여자보다 낮다’는 것이었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주식매매 빈도가 높은 이유로 바버와 오딘 교수는 남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은 남성호르몬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리고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도 남성호르몬의 차이로 주식투자 매매 행태와 투자 성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나왔다.

올해 1월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의 얀 루(Yan Lu) 교수와 싱가포르경영대학(SMU)의 멜빈 테오(Melvyn Teo) 교수는 3228명의 남성 헤지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 정도와 주식투자 성과를 연구한 매우 재밌는 논문(Do alpha males deliver alpha? Testosterone and hedge funds)을 발표했다.

여기서 남성호르몬 분비 정도는 얼굴의 넓이-높이 비율(fWHR)로 측정했다.

예측한 대로, 남성호르몬이 많아(=fWHR 비율이 높은) 얼굴이 넓은 남성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상대적으로 더 빈번히 주식을 매매했고, 더 위험한 주식에 투자했고, 처분효과(dispositon effect) 오류에 잘 빠졌고, 결과적으로 연 평균 5.8%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시대와 상황적 요소를 다 제거한 후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헤지펀드는 주식투자 세계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험한 선물과 옵션은 물론이고 공매도(short), 퀀트(quant),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 프로그래밍 매매 등 온갖 다양하고 첨단의 매매기법을 활용한다.

따라서 헤지펀드 매니저는 일반 주식투자자보다 위험을 선호해야 하고, 과감해야 하며 모험적인 성향이 요구된다.

그런데 루와 테오 교수의 연구는 헤지펀드 세계에서도 남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 마초기질이 강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투자성과가 아주 저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주식투자에서 남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자신의 남성 기질을 죽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주식투자에 임할 땐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말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도박(gamble)에 베팅 하듯이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넓다고 생각되면 특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남성들은 유전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많아 알파남, 마초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혹시 가족 중에 주식투자에 열심인 얼굴 넓은 남자가 있다면, 적극 말려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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