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문제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8.04.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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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상캐스터는 왜 항상 딱 붙은 원피스만…" 국민청원 등장

김동완 전 기상캐스터. /사진=MBC 뉴스 캡처김동완 전 기상캐스터. /사진=MBC 뉴스 캡처


FOX29의 날씨 앵커. /사진=FOX29 유튜브 캡처FOX29의 날씨 앵커. /사진=FOX29 유튜브 캡처
"아이가 하루는 날씨 예보하는 여성 기상캐스터를 보고 연예인이냐고 물어봤어요. 매번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날씨를 설명하니까 연예인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저 역시 항상 의문이 들었는데, 날씨가 아닌 미(美)만 강조한 예보라는 생각이 들어요."(주부 김모씨·32)


일상에서 중요한 '날씨'를 전달해주는 기상캐스터.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비나 눈이 올 때도 마다않고 야외에 나간다. 하지만 여성 기상캐스터들은 성상품화 논란에 시달리기도 한다. 전문성을 뒤로한 채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편중성·획일화된 모습 등이 기상캐스터의 직업 전문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성상품화 문제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대한민국은 뉴스에서조차 성차별, 여성 성상품화가 난무합니다. 개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왜 기상캐스터는 항상 마르고 예쁜 여자여야 하나. 왜 항상 딱 붙은 원피스를 입고 나와야 하나. 인터넷에 기상캐스터를 검색하면 상위 연관 검색어로 기상캐스터 몸매가 뜬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나운서는 보이기 위한 직업이니까 깔끔해야 한다. 외모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말은 치워주길 바란다. 꼭 딱 붙는 원피스만이 깔끔한 의상인가. 외모가 중요하다면 그 기준이 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지 않은 건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진국의 뉴스를 보면 나이 있는 사람, 살집 있는 사람 그런 평범한 사람이 기상캐스터 혹은 앵커로 나온다. 외모가 아닌 실력이 있으니깐. 이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수정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과거 남자 기상캐스터를 전문가로 취급한 반면 최근 여성 기상캐스터는 단순 전달자로 인식, 남녀를 구분해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여성으로 편중된 상황이 또다른 고정 관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매가 드러나는 옷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획일화는 문제다. 특히 외모, 몸매 등이 중심이 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의 아름다움의 기준 자체가 남성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외적인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과거에는 남성 기상캐스터나 기상 전문기자 등이 종종 눈에 띄었다. 중앙관상대(기상청) 통보관을 지낸 김동완 전 기상캐스터, 서울대 대기과학과를 졸업한 뒤 KBS 기상전문기자·기상캐스터를 역임한 조석준 세계기상기구 집행이사 등이다.

직장인 이모씨(42)는 "일부 외국 채널에선 안경을 착용하거나 날씬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 날씨를 전한다. 기상 전문 지식을 갖추고 친근한 이미지의 사람이 오히려 더 적합해 보인다. 특히 기상캐스터 역시 전문 교육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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