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융개혁=금융민주화', 깃발 든 최종구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04.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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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보유 전자지분, 재점화]<3>김기식 사퇴 후 곧바로 삼성 겨냥..'금융개혁 주체는 금융위' 선언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순환출자를 끊으라는 공정위원회에 이어 금융위는 논란이 돼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삼성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에 자발적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은 금융개혁의 무게중심을 '금융민주화'로 옮기겠다는 신호다. 삼성생명 문제 뿐 아니라 최 위원장이 신속한 추진을 주문한 금융그룹통합감독, 지배구조 개선, 금융실명법 개정 등이 모두 금융민주화 과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태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융개혁 차질 우려, 관료 출신 장관에 대한 불신 등을 불식시키고 '금융개혁의 주체는 금융위원회'라는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MT리포트]'금융개혁=금융민주화', 깃발 든 최종구


◇"금융민주화 과제 속도감 높여라"= 금융위는 이전에도 간부회의 때 위원장 지시 사항을 종종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했다. 대부분 최근 이슈 등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간부회의 발언은 분량(A4 5장)이나 담겨진 내용 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지시사항의 대부분은 금융민주화와 관련됐다. 최 위원장은 "금융분야 경제민주화 과제를 당초 계획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과제도 일일이 열거했다. 금융지배구조법 개정, 금융그룹통합감독,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금융실명법 개정,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자본시장 개혁 등이다.



이중 금융지배구조법 개정, 금융그룹통합감독,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금융실명법은 삼성과 연관됐거나 삼성이 촉발한 문제들이다.

최 위원장은 발언 강도도 세졌다.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에 대해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내실화, 이사회 내 견제와 균형 강화 등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근간은 결코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생명에 대해선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또 라나 포루하의 저서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Makers and Takers)'를 언급하며 "금융이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빚더미만 남기고 시스템 리스크만 키우는 금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금융당국자들은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사태로 전열정비? or 위기감?= 금융위는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심기일전', '전열정비'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1월 금융혁신 과제들을 발표하고 추진해 왔는데 금감원장의 잇따른 낙마로 전열이 흐트러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금감원장 사태를 계기로 최 위원장과 금융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 전 원장 논란에 대한 입장에서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며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금융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이고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이 아니라 과감한 외부 발탁 인사를 금감원장에 임명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삼성 저격수'이자 '재벌개혁론자'인 김 전 원장의 낙마 후 금융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고 삼성을 겨냥한 것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무언의 시위라는 얘기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금융위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금감원과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하고 사무처장에게 금융위와 금감원간 정보공유, 현안대응 공조 등을 수시로 점검하라고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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