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시 계약자 배당도 고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8.04.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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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보유 전자지분, 재점화]<2>20조원어치 매각 어렵고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순환출자를 끊으라는 공정위원회에 이어 금융위는 논란이 돼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삼성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MT리포트]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시 계약자 배당도 고민


금융당국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자발적인 처리방안을 요구하면서 삼성생명 (77,300원 ▼700 -0.90%)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당초 보험회사의 계열사 지분한도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통과하면 순차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돌연 주도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상승으로 지분가치가 눈덩이처럼 커져 매각이 쉽지 않은 데다 약 240만명에 달하는 유배당 계약자 배당문제까지 얽혀 매각이 현실화하면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시장·재무건전성·지배구조' 삼성생명의 3가지 고민=현행법상 보험회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투자한도는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해 흔히 '3% 룰'로 불린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한도는 감독규정상 총자산의 3%인 약 8조5000억원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약 283조원이다.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대)로 계산하면 특별계정을 제외한 현재 보유분(약1062만주)은 약 5629억원대로 문제가 없지만 시가 즉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면 한도를 훌쩍 넘는다. 취득원가의 50배 이상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만 자산운용비율을 산정 시 주식 등 유가증권의 보유금액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특히 삼성생명에게 특혜 소지가 있다며 법개정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던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에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요구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삼성생명의 가장 큰 고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지난해 12월 기준, 특별계정 제외)의 평가가치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258만1000원) 약 28조6000억원대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 시장충격이 불가피한 수준이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 평가이익이 실현돼 그 자체로는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유배당 계약자를 대상으로 일부 매각차익을 돌려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당액만큼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 비율에 타격을 주게 되고 그만큼 자본확충이 필요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RBC 비율은 318%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금리 등 변수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한 번에 매각하면 주가 258만원을 기준으로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액은 약 5조500억원에 달한다. 주식을 5년에 걸쳐 매각하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고 매년 조금씩 쪼개 팔면 경우에 따라 유배당 계약자에게 한푼도 배당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예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 매각 기간을 길게 가져 가면 매년 역마진이 나는 고금리 상품에 대한 손실을 반영할 수 있어 이익이 주는 만큼 배당금도 감소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특정 주주의 지분을 매각할 때 자사주 취득 요건을 완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주식시장이 아닌 삼성전자에 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에 관한 고민을 덜 수 있지만 특혜 논란이 예상돼 실제 법 개정 여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완료시 10% 초과분 즉시 매각할 듯=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유 중인 전체 자사주(보통주 1798만 1686주·우선주322만 9693주)의 50%를 소각 완료했고 잔여 지분은 올해 이사회 결의 이후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50%를 소각한 후인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과 계열사인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특별계정을 제외하면 각각 8.23%, 1.44%로 총 9.67%다. 아직 10%를 넘진 않지만 올해 나머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 초과가 확실시 된다.

이 경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생명이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자발적인 지분 매각을 요구한 상황을 감안하면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 상 동일계열 금융기관 및 기업집단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5%, 10%, 15%, 20% 이상 보유 시 사전에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이 100% 완료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10%를 넘지 않도록 일부 초과된 삼성전자 지분은 즉시 매각하게 될 것"이라며 "초과분을 처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보유 중인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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