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은행금리보다 못한 배당률…현금만 쌓는기업 곳간 풀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오정은 기자, 반준환 기자 2018.04.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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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는 배당으로]시가배당률 1.86%로 최하위…기업금고에서 잠자는 돈, 3년간 100조 늘어

편집자주 편주: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저성장 시대에 투자를 늘리지 않는 기업들이 위기대비를 명분으로 이익을 쌓아만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배당 수준은 세계 최하위로 떨어졌다. 성장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줘 돈이 돌게 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도 배당 확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배당 현실을 살펴 본다.

1602년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세계 최초 주식회사로 근대 자본주의 효시가 됐다. 그러나 동인도회사에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많다. 무역으로 큰 이익을 거뒀으나 이를 쌓아만 두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아 악명을 떨쳤다. 결국 주주들의 요구를 이기지 못한 회사가 1609년 첫 수익금을 배분했다.

역사에 등장한 주식회사의 첫 배당은 이렇게 이뤄졌다. 400년 전 이야기지만 한국의 주식회사들이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 중국보다 낮은 '짠물 배당'이 여전히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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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배당 심각…중국·인도보다 배당 적어 = 한국 상장기업들의 배당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회원국은 물론 아시아 신흥국보다 낮다. 최근 배당이 늘고는 있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기업의 배당이 주가의 몇%인지 보여주는 평균 시가배당률(보통주)은 1.86%를 기록했다. 2016년 1.80%에서 소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주요국(2016년)과 비교하면 호주(5.0%) 영국(4.0%) 대만(4.3%)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미국(2.1%)과 일본(2.2%)에도 뒤진다. 심지어 중국(2.6%) 기업도 한국보다 배당 인심이 후하다.



이익 중 얼마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지 보는 배당성향 지표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은 16.02%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가장 낮았다. 미국(38.62%), 일본(34.08%), 중국(30.87%)은 물론 인도(30.21%)도 이기지 못했다.

물론 기업의 배당이 늘긴 했다. 최근 5년간 코스피 현금배당(결산기준)은 △2013년 11조8000억 △2014년 15조1000억원 △2015년 19조1000억원 △2016년 20조9000억원 △2017년 21조8000억원 등으로 연평균 2조원씩 늘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2013년 2조1569억→2017년 5조8263억원)가 큰 몫을 했다.
[MT리포트]은행금리보다 못한 배당률…현금만 쌓는기업 곳간 풀때
◇기업 보유현금 100조 넘어…주주에게 성장 과실 돌려줘야= 기업의 짠물 배당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제성장이 폭발적인 시기에는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기보다 이를 성장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성장률이 낮아지면 배당을 늘려 자본 효율성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돈을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쌓아 놓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의 곳간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상태다.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코스피 제조업체들의 현금(현금성자산, 단기금융자산 포함)은 100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연간 찍어내는 화폐(순발행액 10조원 가량)의 10배가 기업들의 금고에서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돈이 돌며 발생하는 승수효과를 생각하면 여파는 그 이상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배당을 독려하는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기업 배당, 국민 노후생활과도 직결돼 = 배당은 국민 자산운용이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운영하고 있는 600조원 이상의 자금은 물론 퇴직연금, 사적연금과도 관계가 있다. 기업 배당이 국민 노후자금 안정성과도 직결된다는 얘기다.

일본은 금리하락으로 고령자, 은퇴자 등의 생활자금인 이자소득이 급감하자 배당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 충격을 완화했다. 1999년에는 배당세율을 경감했고 2006년에는 연 2회로 제한했던 배당횟수 규정을 폐지했다. 이후 기업들의 주주 환원정책이 강화됐고 배당금도 크게 늘었다. 일본인의 재산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 51.3%에서 2012년 28.7%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당소득은 4.8%에서 20.6%로 급증했다.

한국도 배당을 늘려 이런 준비에 나서야 할 때다. 코스피 배당 수익률(1.86%)은 지난 2월 기준 일반 은행 평균금리(1.95%)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과거에는 한국기업이 설비투자로 성장하는 것이 전략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이제는 저성장 시대"라며 "한국도 주주에게 성장의 과실을 돌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비중이 계속 커지는 만큼 배당이 특정 기업의 주주에게만 해당 되지 않고, 전 국민의 노후생활을 풍부하게 할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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