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김지민 기자, 이해인 기자, 박효주 기자, 우경희 기자 2018.04.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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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된 인터넷공론장](종합)

편집자주 오늘 인터넷 뉴스에 따라붙은 댓글, 공감횟수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십알단, 국정원 댓글 개입 사태에 이어 민주당원 댓글조작 파문까지 포털 댓글 서비스는 이미 여론조작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이를 악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정치 세력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방조한 포털 책임도 없지않다. 고대 그리스 시대 직접 민주주주의를 실현하는 디지털 공론장으로의 기능은 '신기루'에 불과했던 걸까.

"아이디 삽니다"…포털 댓글은 '전쟁터'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①]여론공작 전쟁터된 '포털댓글'…근본대책 절실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네이버 인기 야구기사 베플(베스트 리플·인터넷 게시판 최다추천 댓글)에 대댓글 다는 식으로 퍼뜨려주세요.(A커뮤니티 게시판)#쉽고 편한 재택 알바. 글쓰기 특성상 여성 선호합니다.(온라인마케팅B업체)

#SNS와 포털에 댓글 홍보 마케팅 대행합니다.(C업체)




정치권의 인터넷 뉴스 댓글 조작 파문이 확산 되면서 포털 댓글 기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이버 공간에서 누리꾼들의 실시간 여론을 보여주는 소통 공간이 되겠다는 명분으로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지금은 편중된 여론조작의 장(場)으로 악용되고 있다. 과거 십알단, 국정원·사이버사령부 댓글 개입 사건에 이어 이번엔 민주당원 댓글조작 파문까지. 포털 댓글란은 이미 여야 가릴 것 없이 여론 호도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정치 뿐 아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 뿐 아니라 카페, 블로그, 지식검색 사이트엔 광고와 사실을 구분할 수 없는 글이 범람한다. 인터넷에서는 ‘댓글 대행합니다’, ‘댓글 알바 모집’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댓글 서비스가 비방, 모욕, 욕설 등 인격권 침해 수준을 넘어 여론 조작 공간으로 악용되면서 포털 댓글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댓글 폐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10명 중 8명 포털서 기사 읽어…권력화되는 포털=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검색·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주로 뉴스를 읽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77%에 달한다. 전세계 평균(30%)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국민 10명 중 8명이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얘기다. 포털이 언론사로부터 넘겨받은 기사를 어디에 배치하는 지, 조회·댓글 수는 얼마나 되는 지가 중요 지표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전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구입해 무분별한 댓글 달기에 나선 것도 포털 댓글을 통해 사회 여론을 조작·가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콘텐츠와 댓글은 정치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등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연예인들 대상의 무차별적 악성댓글 테러는 여전하고 주요 포털 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뉴스 댓글 등에는 사실 여부를 알수 없는 광고성 글들이 넘쳐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사가 올라오면 기다렸다는 듯 수백 수천개의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할 것도 없다”며 “온라인마케팅 업체들 중에 네이버 아이디를 다수 보유하면서 의뢰자가 원하는 서비스 후기, 평점 등을 올려주는 곳이 많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이버 아이디 삽니다’ 같은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댓글 공정질서 확립, 근본적인 대책 절실”=전문가들은 악성댓글, 여론조작 논란 이면에 서비스 운영사인 포털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사이트 내 클릭을 유도하고 이용자 유입에 최적화된 현재 포털의 서비스 구조가 되레 댓글의 부작용을 극대화 시켰다는 얘기다. 댓글 서비스를 통해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포털의 자정 노력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뉴스 댓글이 필수적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댓글 무용론’을 넘어 댓글 실명제 도입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규제 움직임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포털 사업자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법적인 규제보다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기술적으로 명예훼손, 여론조작 등 댓글 서비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정책적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전 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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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야누스의 두얼굴 '매크로'…업무 효율 도구? 여론조작 도구?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②]티켓 싹쓸이·수강신청·여론조작 등 악용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1초’에 ‘5개’.

지난 1월 17일 밤 10시.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알리는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온 후 이 기사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공감’ 수가 늘어난 속도다. 공감 수는 불과 2분30초 만에 7백여개가 늘어났다.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의 위력이다.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 사태로 인터넷 여론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에 또다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댓글·공감 클릭 등을 통한 여론 조작뿐 아니라 클릭 조작을 통한 블로그 마케팅, 온라인에서 정상 티켓을 대량 구입한 뒤 비싼 가격에 암표 되팔기 등 온갖 사이버 부정 행위에 악용되고 있어서다. 검색포털·게임 등 온라인 기업들도 매크로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양한 방지기술을 적용하고 이용자 제재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매크로 기술이 등장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끝없는 창과 방패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칼의 양면 ‘매크로’, 편의와 불신의 경계에 서다=IT업계에 따르면 매크로는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든 도구다. 원래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엑셀이다. 엑셀에 있는 매크로 기능은 실제 업무환경에서 다방면에 활용된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수신자명만 바꿔서 보내는 작업도 매크로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하다.

매크로는 스크립트가 공개돼 있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업무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최소 10만원대에서 최대 1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어, 얼마든지 원하는 용도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도구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이번 포털 댓글조작 활용되는 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데 동원된다. 모바일 게임인 ‘검은사막 모바일’을 제작한 펄어비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크게 늘면서 최근 매크로를 포함한 각종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블로거들이 광고를 부정 클릭하고 페이지 뷰를 높이는 데도 매크로가 쓰여왔다. 입장권이나 예약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의 수배에 달하는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 시장이나 경쟁률이 치열한 대학 수강신청에서 매크로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매크로 악용 막기엔 기술·제도적 한계=문제는 사이버 공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부정 활용사례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규제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타인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설치하거나 유통하는 경우엔 처벌할 수 있지만, 자신의 PC에 깔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기 어렵다. 악성코드로 간주하려면 전체 시스템을 교란할 수준이 돼야 하는 데 기술적으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댓글을 달거나 추천 수를 조작할 경우 최대 징역 2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운영사가 매크로 방지 기술을 적용해 인위적 조작을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다. 업계도 앞다퉈 매크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비스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기 위해 사람만이 인지할 수 있는 문자가 포함된 변형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해당 문자를 입력해야 다음 단계가 처리되는 정책인 캡챠(CAPTCHA)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게임, 인터넷상거래 업체 등에서도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과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매크로 방지 보안장치가 진화하면 할수록 이를 우회하는 프로그램 변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댓글 조작 시 한꺼번에 공감 클릭 수를 늘리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천천히 클릭 숫자를 늘리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주로 활용된다. 이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 것인지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인터넷 기업들이 선포한 ‘매크로’와의 전쟁을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매크로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이 악용된 후 사후적인 조치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맛있는 요리를 하려고 만들어진 칼이 강도에 악용되는 것을 사전에 팔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

AI가 답?…포털이 뉴스·댓글 포기 못하는 ‘이유’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③] ‘댓글 토론’은 플랫폼 유인책…논란될수록 '수익'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정치권 댓글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댓글 서비스를 운영해온 포털 책임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포털 뉴스로 사이버 여론이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정작 이를 관리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잇단 정치권의 댓글 조작 파문도 결국 외부에서 서비스와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 허점에서 비롯됐다.

◇"공론장 역할한다"며 ID 인당 3개씩?=네이버는 지난 4일 이용 약관에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달거나 추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금지조치를 명확히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댓글 시스템 오남용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앞서 카카오도 ‘제3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게시하거나 발송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아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인터넷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가짜뉴스, 댓글조작 행위가 남발하고 있는데 따른 자정 노력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늦깎이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포털 사업자들은 10년 넘게 뉴스 독점과 댓글 서비스 왜곡 논란에 휘말려왔다. 국내 독자들의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할 정도로 포털의 영향력은 커진 반면, 관리력은 그에 걸맞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 사업자들은 뉴스 댓글 서비스가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댓글 이력 추적, 공감비율별 정렬 등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지만, 근본적인 대안 대신 임시처방에 머물러왔다.

포털 댓글 논란이 그치지 않자 네이버는 한 사람당 아이디를 3개로 제한했다. 아이디 1개당 하루에 남길 수 있는 댓글 수도 20개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용자당 하루에 60개의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뉴스 편집 역시 6월부터 인공지능(AI)이 100% 편집하도록 바꾸고, 알고리즘도 외부로부터 검증받겠다는 입장도 내놨지만, 알고리즘 자체가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안이 될 지는 미지수다.

◇댓글란 폐지 못하는 진짜 이유=정치권의 압박과 이용자 논란에도 포털 사업자들이 뉴스와 댓글 서비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뉴스 콘텐츠는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큰 유인책이다. 댓글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사이트의 방문자 수와 방문자들의 체류시간이 높아지면 질수록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포털 사업자가 뉴스와 댓글 서비스를 포기하긴 어렵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중 70% 이상을 광고로 올렸다.

특히 최근 동영상 서비스 등에서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밀려 광고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와 댓글 서비스는 국내 포털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포털이 10년 전부터 자체 개선 방안을 반복해 내놨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다면 언론에 준하는 관리·감독 등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이해인 기자

'매체 가서 댓글 다는'구글 vs 가두리 고집하는 네이버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④]韓 포털만 '인링크' 방식 사용…아웃링크 전환 시급 지적도

포털 댓글 서비스의 여론 조작 우려 속에 사업자들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단편적인 댓글 시스템 개선을 넘어 뉴스 서비스 유통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뉴스 소비 방식은 우리나라만의 특색이다. 미국 구글이나 중국 바이두 등 해외 주요 검색 사업자들은 뉴스 페이지에 언론사 기사 제목과 요약문을 노출할 뿐, 해당 기사를 이용자가 클릭하면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해준다. 이를 ‘아웃링크’(outlink) 방식이라고 부른다. 반면 국내 포털은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각 포털의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 전체 텍스트까지 보여주는 ‘인링크’(inlink)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국내 포털들은 이용자들에게 일관된 사용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별로 뉴스 콘텐츠 서비스 로딩 속도와 배너광고, 악성코드 설치 위협 등이 상존해 있어, 아웃링크로 연결할 경우 서비스 이용자들의 막대한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페이지뷰(PV)와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매체별 뉴스 사이트들이 무더기 광고 등으로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경우, 재방문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초기엔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체별 뉴스 사이트 경쟁력 향상과 언론계와의 상생 생태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이나 바이두처럼 아웃링크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사이버 여론 조작 방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포털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 공간을 통해 전체 여론 조작이 가능하지만, 여러 매체 뉴스 사이트로 댓글 서비스가 분산된다면 이같은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매체별로 다른 성향의 댓글들이 달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의도적 여론조작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형적으로 자리 잡은 뉴스 생산과 소비문화를 개선하려면 아웃링크 등을 통해 뉴스 생산자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포털은 본연의 ‘매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포털들이 엄격한 기준 아래 공적 책임 등에 대해서 규제를 적용하든 아니면 구글 등 해외 인터넷 기업들처럼 편집 권한을 내려놔야 할 것”이라며 “현재처럼 포털과 언론의 역할이 어정쩡한 상황에서의 개선책은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읽어주는 MT리포트



이해인 기자

기형적 댓글공작 싹 틔운건 정치권..브로커 등 암약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⑤]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아고라'(광장)는 고대 도시국가의 정치의 장이었다. 온라인으로 옮겨온 아고라는 급격하게 외형을 확장했다.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 기형적 성장도 움텄다. 여론을 먹고사는 정치권이 사실상 이를 종용했다.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형성되는 온라인여론을 정치권이 입맛에 따라 이용하면서 사실상 괴물로 키웠다는 거다.

광장의 정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다. 촛불로 정권을 2016년 겨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장의 촛불은 온라인에서 이어진다. 지난 대선은 그야말로 온라인 대전이었다. 정치인 팬덤들이 조직적으로 온라인에서 '화력'대결을 벌였다. 인터넷상에서는 지금도 댓글 전쟁이 한창이다. 청와대의 국민청원에는 사안에 따라 십만여건의 추천과 동의가 순식간에 이뤄진다. 그야말로 국민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온라인여론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목소리에 대항하는 소신있는 소수는 갈수록 설 곳이 사라진다. 그야말로 직접민주주의의 폐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부화뇌동하는 정치권의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우려를 표할 정도다. 표현의 자유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다수의 온라인 여론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말 그대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적 요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포털 여론 조작을 종용하는 이른바 온라인 브로커다. 선거문화가 빠르게 깨끗해지면서 선거브로커를 최근엔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상황이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블로거가 암약하고 있다.

한 야권 중진의원은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면 온갖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온오프라인 브로커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브로커들은 보통 "100표 정도를 작업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가를 요구한다. 반면 온라인 브로커들이 제안하는 내용은 대부분 댓글이다. 대상자에게 좋은 기사는 '좋아요' 세례로 오랜시간 노출시키고 부정적인 기사에는 반박 댓글을 다는 식이다.

이 의원은 "불법의 소지가 큰데다 긍정적인 효과도 장담할 수 없지만 선거 경험이 없는 초선 출마자이거나 박빙의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냥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과거 금권선거에 노출됐던 경험이 있는 고령층 출마자의 경우에는 강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직원 월급도 안되는 가격에…" 온라인 누비는 '검색 브로커'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⑥]'유튜브 1000뷰에 10만원', '노출 빈도 높이는 블로그 200만원' 등 광고 기승

[MT리포트] "1000만원에 댓글·검색순위 조작"…못믿을 포털 '여론'
직원 1명 월급도 안되는 가격으로 엄청난 매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소규모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포털사이트 계정을 통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평소 혼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장 홍보를 해왔던 차에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포털사이트 상위 항목에서 검색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수백 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특정 검색 결과를 포털 상위에 노출 시키는 이른바 ‘검색 브로커’들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포털 검색어 순위나 블로그 방문자 수 등을 불법으로 조작하고 대가를 받는 브로커들이 만연하고 있다. 병원, 식당, 학원 등 수요가 많은 곳을 집중 공략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연관 검색어, 우선 검색어 순위 등을 조작해 노출 빈도를 높여 준다며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개인 몇몇이 모여서 브로커와 협업해 무작위로 광고메일을 보내거나 마케팅 업체라는 상호를 내걸고 영업하는 곳 등 형태는 다양하다. 이들이 주로 쓰는 수법은 검색어 상위에 오르게 해준다는 광고를 하고, 이용료를 챙긴 뒤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검색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지난해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 순위를 올려주고 대가를 챙겨 실형을 선고받은 일당이 쓴 방식도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사무실에서 포털 블로그와 카페, SNS 등에 자동으로 댓글을 달거나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뒤 중개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다 적발됐다. IP 주소를 변경, 우회하는 기능을 통해 마치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만들어 네이버 차단 프로그램도 무력화했다.

브로커들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수억원대 규모다. 의뢰인에게 요구하는 금액은 노출 빈도에 따라 다른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웹사이트에서 ‘30~50만원에 거래되던 네이버 노출 최적화 블로그 실거래가 200만원 돌파’, ‘유튜브 조회 1000뷰에 10만원 이상’ 등 검색 광고를 홍보하는 글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올해 초 프로게이머 출신이 브로커와 작당해 수년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 수십억원 대의 수익을 올린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3년여 동안 사무실에 컴퓨터 100여대를 설치한 뒤 특정 과정을 반복하는 봇(BOT) 프로그램을 깔고 네이버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식당, 병원, 학원 등을 대상으로 장 씨가 올린 이익은 34억원여에 달한다. 법원은 장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27억8200여만원을 추징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의심되는 IP를 거르기 위한 장치들이 있지만 이를 피하는 새로운 수법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며 “부당한 방식으로 정보를 조작해 포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검색 브로커들과 끝없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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