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순한 술' 경쟁..소주 '16~17도' 시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8.04.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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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2위 참이슬·처음처럼 각각 17.2도, 17도로 낮춰…16도 대세론 확산

다시 불붙은 '순한 술' 경쟁..소주 '16~17도' 시대


수도권 소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20,400원 ▼100 -0.49%)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알코올 도수 인하를 결정했다. 2014년말 18도 벽을 허문지 3년여만이다.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전날 '처음처럼'의 도수를 기존 17.5도에서 17도로 0.5도 낮춘다고 밝혔다. '진한 처음처럼'은 21도에서 20도로, '순한 처음처럼'은 16.8도에서 16.5도로 각각 1도, 0.3도 내렸다.

하이트진로도 전날 17.8도에서 17.2도로 낮춘 '참이슬 후레쉬'를 첫 출고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순한 맛인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인하했다"며 "참이슬 오리지널은 20.1도 그대로인만큼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빅2 업체가 잇따라 도수 인하를 결정하면서 순한 술 경쟁은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16도 소주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시 불붙은 '순한 술' 경쟁..소주 '16~17도' 시대
앞서 도수 인하 경쟁이 치열했던 2014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1년 새 도수를 두 차례 인하했다. 참이슬 후레쉬는 그해 2월 19도에서 18.5도로, 11월에는 17.8도로 낮아졌다. 처음처럼도 그해 19도에서 17.5도까지 1.5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한 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남권 소주업체들이 이미 16도 제품을 선보인 점도 16도 대세론에 힘을 보탠다. 무학과 대선주조의 주력 소주인 '좋은데이'와 '시원'은 모두 16.9도다. 이들이 참이슬, 처음처럼과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 추가 도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보해양조도 '잎새주' 도수가 17.8도로 가장 높은 축에 속해 도수 인하에 대한 고민이 크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우리나라 1위 소주가 도수를 인하해 검토를 안할 수 없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소주업체들이 도수 인하 경쟁에 나선 것은 최근 주류 트렌드가 회식 대신, '혼술'·'홈술'문화로 바뀌면서 순한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체 입장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질 때마다 원가 경쟁력이 커진다는 이점도 있다. 업계에선 원재료인 주정을 덜 쓰면 병당 최대 10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 도수 인하로 '소주 17도' 공식이 깨질 경우 '독주'인 소주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알코올 도수 12~16도인 전통주나 와인과도 시장이 겹친다. 최근 수제·수입맥주 열풍 속 에일맥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맥주는 알코올 도수 10도인 제품까지 시판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 도수가 내려갈수록 물맛이 강해져 밍밍하다는 소비자 의견들이 많다"며 "이미 도수가 25도에서 17도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더 낮아지면 전통주, 정종, 와인 등 대체할 주류가 많아 오히려 소주 고유의 특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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