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직원 월급도 안되는 가격에…" 온라인 누비는 '검색 브로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박효주 기자 2018.04.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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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⑥]'유튜브 1000뷰에 10만원', '노출 빈도 높이는 블로그 200만원' 등 광고 기승

/바이럴 마케팅 전문 업체가 보낸 홍보 메일 화면 /바이럴 마케팅 전문 업체가 보낸 홍보 메일 화면


직원 1명 월급도 안되는 가격으로 엄청난 매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소규모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포털사이트 계정을 통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평소 혼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장 홍보를 해왔던 차에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포털사이트 상위 항목에서 검색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수백 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특정 검색 결과를 포털 상위에 노출 시키는 이른바 ‘검색 브로커’들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포털 검색어 순위나 블로그 방문자 수 등을 불법으로 조작하고 대가를 받는 브로커들이 만연하고 있다. 병원, 식당, 학원 등 수요가 많은 곳을 집중 공략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연관 검색어, 우선 검색어 순위 등을 조작해 노출 빈도를 높여 준다며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개인 몇몇이 모여서 브로커와 협업해 무작위로 광고메일을 보내거나 마케팅 업체라는 상호를 내걸고 영업하는 곳 등 형태는 다양하다. 이들이 주로 쓰는 수법은 검색어 상위에 오르게 해준다는 광고를 하고, 이용료를 챙긴 뒤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검색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지난해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 순위를 올려주고 대가를 챙겨 실형을 선고받은 일당이 쓴 방식도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사무실에서 포털 블로그와 카페, SNS 등에 자동으로 댓글을 달거나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뒤 중개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다 적발됐다. IP 주소를 변경, 우회하는 기능을 통해 마치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만들어 네이버 차단 프로그램도 무력화했다.



브로커들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수억원대 규모다. 의뢰인에게 요구하는 금액은 노출 빈도에 따라 다른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웹사이트에서 ‘30~50만원에 거래되던 네이버 노출 최적화 블로그 실거래가 200만원 돌파’, ‘유튜브 조회 1000뷰에 10만원 이상’ 등 검색 광고를 홍보하는 글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올해 초 프로게이머 출신이 브로커와 작당해 수년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 수십억원 대의 수익을 올린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3년여 동안 사무실에 컴퓨터 100여대를 설치한 뒤 특정 과정을 반복하는 봇(BOT) 프로그램을 깔고 네이버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식당, 병원, 학원 등을 대상으로 장 씨가 올린 이익은 34억원여에 달한다. 법원은 장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27억8200여만원을 추징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의심되는 IP를 거르기 위한 장치들이 있지만 이를 피하는 새로운 수법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며 “부당한 방식으로 정보를 조작해 포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검색 브로커들과 끝없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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