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문과생, 공대 복수전공해도…"60명中 53등"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이동우 기자, 김영상 기자 2018.04.1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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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무작정 복수·부전공 신청 금물, 목표 회사나 직군에 대한 공부부터"

'취업난' 문과생, 공대 복수전공해도…"60명中 53등"


서울 한 사립대 4학년이 된 김모씨(26)는 한숨이 나온다. 경영학과를 전공한 김씨는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 하면서 학점이 뚝 떨어졌다. 경영대 전공 수업에서는 늘 A학점이었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수업에서는 B학점도 받기 어려웠다. 김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장학금을 못 받았다.

복수전공을 시작할 때만 해도 쉽게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추천한 경영대 선배 4명 중 2명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다른 선배 2명은 수십 군데에서 거듭 탈락만 하고 있다.



취업난에 IT(정보기술)·컴퓨터공학·소프트웨어 등 공과계열 학과를 복수·부전공 하는 인문·사회계열 대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은 어렵다. 효과를 본 학생도 있지만 취업이 잘 된다는 소문에 섣불리 선택했다가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지방국립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생인 이모씨(여·22)는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전자공학부를 복수전공으로 결정했는데 오히려 짐만 될 것 같아 후회하고 있다"며 "체감하는 공부량은 국문과에 비해 다섯 배는 많지만 지난 학기 60명 중 53등밖에 하지 못해 재수강을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강의를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나온다. 또 다른 서울 한 사립대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오모씨(여·23)는 "산업공학과를 복수 전공하려고 했지만 미적분 과목을 듣고 자연과학 과목 수업을 2주 정도 들어보고 포기했다"며 "생산관리 쪽 직군으로 취업할 때 강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전공을 신청했지만 학점을 다 들을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과계열 복수전공·부전공을 신청하기 앞서 회사나 직군에 대한 목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직무를 할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면 취업할 때 경쟁력이 생기지만 묻지마식 접근은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저 취업이 잘될 것이란 기대로는 적응 자체가 어렵다. 권오석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최근에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 등 공과대학 소속 전공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데 생각보다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수학이나 물리학 등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공학계열 전공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태우 인크루트 취업컨설턴트는 "요즘 막연하게 공학계열 학과를 전공하면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기업이나 자신이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고민한 후에 결정해야 동기부여도 되고 실제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여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가 학점이 떨어지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드시 원하는 회사나 직무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하고 해당 학과 수업도 청강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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