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상장 정보 줄줄이 샌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4.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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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빗썸 상장 공지 직전부터 가격 급등…정보 유출 의혹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빗썸의 상장 정보 사전유출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가상통화 엘프(ELF)는 12일 오후 3시 상장 공지가 있기 몇 시간 전부터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정오 무렵 투자자 채팅방을 중심으로 엘프 상장 정보가 확산되며 벌어진 일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엘프 코인이 빗썸에 상장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지라시'(사설정보지)가 올라왔다. 지라시 유포자는 정보 출처를 '빗썸 직원'이라고 알렸다. 이 소식은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고, 오후 2시 0.92달러(약 985원·이하 코인마켓캡 기준)에 머물던 엘프 가격은 1시간 만에 25% 급등한 1.15달러(약 1232원)를 기록했다.

가상통화 상장 정보 줄줄이 샌다
이날 오후 3시 지라시의 정보대로 빗썸이 홈페이지를 통해 엘프와 미스릴(MITH)의 상장을 공지했다. 이날 저녁 6시 상장된 엘프의 가격은 6시30분 빗썸에서 1901원까지 치솟았다. 지라시를 보고 엘프를 매입한 투자자는 하루 만에 약 2배의 차익을 본 셈이다. 엘프는 13일 오후 3시 기준 1059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같은 날 함께 상장된 미스릴의 가격 추이와도 확연히 대조된다. 미스릴은 12일 오후 3시 상장 공지 전까지 0.22달러(약 235원)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공지가 나온 후에야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미스릴은 12일 오후 6시 250원에 거래를 시작해 40분 만인 6시40분 1만1100% 상승한 2만8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빗썸 공지와 상장 등 공개된 정보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로, 상장 전부터 가격이 뛴 엘프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가상통화 상장 정보 줄줄이 샌다
상장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엘프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오후 3시 상장 공지된 '트론'(TRON)은 이날 낮 12시30분 약 31원에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 상장 공지 때까지 23% 상승했다. 이 역시 상장 공지 전 정보 유출을 의심케 하는 움직임이다.

상장 전 폭등한 코인이 상장 후 얼마되지 않아 폭락하는 패턴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작전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거래사이트에서 대규모 매입한 뒤 빗썸 상장 직후 대량 매도를 쏟아낸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유출 의혹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상장 정보는 상장을 담당하는 극소수의 직원만 알고 있고, 내부직원끼리 공유할 경우에도 곧바로 퇴사조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장 정보 유출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현행법상 제재를 가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법무법인 바른의 남궁주현 변호사는 "비슷한 일이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다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행위로 엄격히 다뤄질 사안"이라며 "하지만 가상통화는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거래사이트에 대한 제재나 범죄수익 추징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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