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돈내라…취준생 울리는 스터디 '상술'·'먹튀'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8.03.27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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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와 연계해 추가비용 요구…스터디그룹장, 자료 받고 잠적하기도

가보니 돈내라…취준생 울리는 스터디 '상술'·'먹튀'


22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한 빌딩 4층. 3평 남짓한 스터디룸에 취업준비생 5명이 모였다. 잠시 뒤 스터디를 모집한 그룹장 A씨(35)가 나타났다. 스터디 모집 글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스터디라고 했지만 A씨는 취업준비생이 아니었다.

대기업 출신으로 멘토라고 밝힌 A씨는 자기소개서 첨삭과 모의면접 때 각각 20분씩 참여했다. 오후 9시30분 스터디가 끝날 때쯤 다시 등장한 A씨는 앞으로 8번 더 스터디를 진행하는 대가로 스터디룸 대여비 4만원에 강의료 16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채용을 앞두고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을 울리는 상술과 일부 '먹튀'(이익만 취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음)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생들이 모인 스터디 그룹처럼 소개해 놓고 추가비용을 요구하거나 스터디 그룹장이 스터디원들에게 정보를 얻은 뒤 잠적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린다.



22일 취재진이 직접 가본 서울 강남의 스터디는 알고 보니 스터디 그룹장이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업체와 연계해 취준생을 모집한 곳이었다. 스터디를 돕는 멘토라고 밝힌 그룹장이 학생들을 모으고 자기소개서 첨삭과 모의면접 강의료를 챙겼고 스터디룸 운영 업체는 빈방을 제공하고 비용을 받는 식이다.

이 스터디는 올 들어 온라인 취업카페 등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지만 홍보성 글이 아이디만 바꿔 계속 올라왔다. 문제의 그룹장은 강남뿐만 아니라 대학가가 밀집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에서도 스터디를 모집했다.

이달 15일 이 스터디에 참석했다가 그만둔 김모씨(여·27)는 "집에서 1시간30분 걸려 스터디에 왔지만 막상 와보니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당황했다"며 "스터디 운영방식도 매우 허술해 3명의 신규 스터디원은 그날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영어 면접을 대비하는 취준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도 등장했다. 외국계회사를 준비 중인 이모씨(26)는 영어면접을 위해 지난 2월 온라인 취업카페에서 스터디그룹을 구했다. 당시 스터디 그룹장은 학생 4명과 스터디를 도와줄 외국인 1명이 모인 스터디라고 했다.

하지만 스터디 시작 당일 그룹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룹장은 스터디룸 사장이었고 스터디에 참석한 외국인은 불가리아인으로 영어가 서툴렀다.

이씨는 "당시 외국인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도 못했고 영어면접을 제대로 준비해 본적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하루 참여한 비용은 지급해야 한다고 해 1회 비용 1만5000원을 주고 스터디를 나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자료나 스터디룸 사용료를 받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도 일어난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대기업 면접을 앞두고 상식과 최근 이슈를 취합하는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그룹장이 메일만 받고 사라졌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사기를 당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비용을 확인하고 스터디 커리큘럼을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태우 인쿠르트 취업컨설턴트는 "스터디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교육비, 참여비 등을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라는 경우 상술이나 사기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스터디에 참여하기 전 운영 프로그램을 자세히 알아보고 스터디원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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