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7개월만에 토종 가상통화 첫 국내 상장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8.03.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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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 전면 금지로 국부 유출, 산업발전 저해 우려..가이드라인 만들어 제도화해야

'돌고 돌아' 7개월만에 토종 가상통화 첫 국내 상장


지난해 9월 가상통화(암호화폐) 공개(ICO)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 7개월만에 국내 스타트업이 발행한 가상통화가 처음으로 국내 거래사이트에 상장됐다. 현재 전세계에서 ICO를 전면금지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곳 뿐이다. 이에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인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산업에서 해외기업들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9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 및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술·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당국의 제재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에선 ICO가 사실상 중단됐다.



ICO는 기업이나 단체가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기업이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주식공개상장(IPO)과 비슷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IPO와 달리 ICO는 절차가 간단하고 투자금을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로 받기 때문에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ICO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싱가포르와 스위스는 ICO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두 국가는 ICO 육성을 통해 금융허브의 입지를 다진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여전히 ICO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ICO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노력은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싱가포르와 스위스에 법인을 만들어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가상통화인 보스코인과 두번째 가상통화 아이콘이 스위스에 법인·재단을 둔 것이 대표적이다. 거래 역시 홍콩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쿠코인과 오케이이엑스에 처음으로 상장됐다. 이후 아이콘은 지난 21일 국내 대표 거래사이트인 빗썸에 상장되며 국내 거래사이트에 상장된 첫 토종 가상통화로 기록됐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모든 가상통화는 재단이나 법인이 모두 해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달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ICO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전혀 만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법인을 두고 ICO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ICO 관련 제도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스위스와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 ICO의 90%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제가 없다 보니 ICO를 빙자한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ICO를 진행하면서 업계에선 전면금지가 아닌 제도화를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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