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해진 국내 가상통화 ICO…자금 유치 규모 10분의 1토막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8.03.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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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도 가상통화 발행 건수 늘었지만 건당 모집 규모는 '반토막'

국내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스타트업들이 가상통화(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대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가상통화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도 원인이지만 ICO가 급증하면서 파산하는 가상통화가 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냉랭해진 국내 가상통화 ICO…자금 유치 규모 10분의 1토막


21일 가상통화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퍼, 인슈어리움, 에이블코인, 스타크로 등 국내에서만 10여개의 가상통화가 투자금을 모으는 ICO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통화당 자금 유치 규모는 지난해 진행된 ICO보다 크게 줄었다.



팝펀딩, 미드레이트, 올리, 펀다 등 국내 주요 P2P(개인간 거래) 금융사들이 참여해 만든 가상통화 지퍼는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프리세일(사전판매)을 진행해 2만8000 이더리움을 모았다. 글로벌 가상통화 가상통화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587달러(약 63만원)로 176억원을 투자받은 셈이다.

지퍼는 전세계 투자자와 대출자, P2P금융사,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참여시켜 블록체인 기반으로 글로벌 P2P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지난 17일 개인투자자 대상의 이벤트 세일과 오는 4~5월 메인세일(정식판매)을 통해 총 3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인 직토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제3의 개발자를 연결하는 인슈어리움이란 가상통화를 개발해 ICO로 약 2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진행된 국내 다른 가상통화 ICO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8월 데일리인텔리전스의 자회사인 더루프가 개발한 가상통화 아이콘은 개당 100원 정도로 ICO를 진행해 15만 이더리움(당시 약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BS&C가 발행한 가상통화 에이치닥은 ICO로 총 2억5800만달러(3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토큰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900여건의 프로젝트 규모는 65억달러(약 7조원)로 조사됐다. 올해는 2월말까지 두 달 동안 500여건에 16억6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가 모였다. 건수가 지난해 전체 ICO의 절반을 넘어서 총 투자규모가 늘긴 했지만 가상통화당 모집금액은 지난해 78억원에서 36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가상통화 가격 하락과 무관치 않다. ICO를 하면 보통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통화로 투자금을 받는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절반 이상 떨어져 ICO 규모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검증되지 않은 가상통화가 무분별하게 발행되다 보니 투자 피해가 급증한 것도 ICO건당 투자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가상통화 뉴스사이트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ICO를 진행한 902개 기업 중 142개 기업이 ICO에 실패했고 276개 기업은 ICO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파산했다. 113개 기업은 파산 직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단순히 발행 규모만 가지고 분위기가 냉각됐다고 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지난해 ICO 시장이 대폭 커지자 사기, 과장광고,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급증했다”며 “일각에서는 ICO를 불확실성이 가득한 자금 모집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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