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과 묵인 부끄럽다"…연극인들, 문화계 '미투' 반성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3.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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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시스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시스


공연예술인들이 최근 미투(#Me too) 운동으로 드러난 연극계 성폭력을 반성하고 침묵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연극인들이 모인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고 "공연예술계 성폭력 사건이 만연한 권위주의와 억압적 위계구조에서 비롯된 산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해 "성폭력은 참을 수 없는 성욕의 문제나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범죄"라며 "위계구조가 확실한 공연예술계에서 최고 권력자가 자행한 성범죄는 약자들을 성적 도구로 이용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성폭력을 함께 방관하고 묵인한 데 대해 사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 동료와 후배가 힘들어할 때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어'라고 방관했고, 때로는 가해자 편에 섰고 '나 때는 더 했다'며 무시하고 외면한 것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언어를 비롯한 일체 폭력을 행하지 않을 것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을 묵과하지 않을 것 △피해자 구제와 법적처벌까지 끝까지 연대할 것 등을 약속했다.



공연예술계의 반성뿐 아니라 문화계 불평등 행태와 폭력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기구 설치 및 지원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황정은 성동연극협회 부회장은 "미투 운동 이후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가해자가 아니라고 '과연 당당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저는 모른척 하고 있었고 방관했던 연극인이었고 그래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원로연극인 박정기씨(76)는 발언대에서 "몇몇 인물들이 부패한 쪽으로 변한 것을 알고 서글펐지만 자신있게 (잘못됐다고) 내뱉을 수 없었다. 그들의 공연수준과 열정이 세계정상 수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의 뜨거운 가슴이 이들의 부끄러운 잘못을 지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발언을 마친 공연예술노조는 '피해자 보호법규 제정하라', '가해자를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대학로 일대를 행진하며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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