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송지유 기자, 이정혁 기자, 고석용 기자 2018.03.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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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전성시대] (종합)

[MT리포트]'렌탈의 힘' 산업판도 뒤흔든다
[렌탈전성시대]①시장 판도 바꾸고·대기업과 ‘맞짱’도…2020년 렌탈시장 40조 성장 전망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국내 침대업계가 신흥강자의 출현으로 요동친다. 눈길을 끄는 건 판을 뒤흔든 신흥강자가 전문 침대업체가 아닌 생활가전업체 코웨이라는 점이다. 2011년 침대매트리스사업을 시작한 코웨이는 불과 5년 만인 2016년 매출액 1689억원을 올리며 침대업계 2위 시몬스의 전체 매출액(154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해당 사업에서 약 1700억원을 벌어들이며 업계 선두기업 에이스침대의 침대사업 매출액(1864억원)을 바짝 좇았다.

이같은 신사업 성공의 일등공신은 렌탈서비스다. 코웨이는 지난해 침대매트리스사업 매출액의 93%를 렌탈서비스에서 거둬들였다. 전국 1만7000명의 방문판매 조직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렌탈플랫폼이 단기 고성장의 촉매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렌탈사업이 기업의 고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영업 및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전, 타이어, 의류, 스마트기기 등 산업 전반으로 렌탈사업의 영역이 확대되는 한편 가격 경쟁력과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각 업계 선두기업의 아성도 무너뜨릴 기세다.

렌탈 열풍의 근원지는 가전업계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에 이어 대기업이 사실상 독점한 건조기, 의류관리기 시장까지 렌탈사업이 침투했다. SK매직은 지난해 6월 국내 처음으로 건조기 렌탈사업에 나서 업계 1위 LG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교원도 올 하반기 이 시장에 나설 예정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도 ‘빅뱅’이 예고됐다. 렌탈업계 1위 코웨이가 올해 안에 공기청정기 기능이 탑재된 의류청정기를 선보이며 LG전자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타이어와 미술품, 의류, 스마트기기 시장에서도 렌탈 열풍이 거세다. 2015년 9월 국내 최초 타이어 렌탈사업을 시작한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161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연간 실적(112억원)을 넘어섰고 한국타이어 역시 트럭·버스타이어 렌탈사업 진출을 앞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과 SK플래닛도 패션렌탈매장 ‘살롱 드 샬롯’과 온라인 의류렌탈서비스 ‘프로젝트 앤’을 개장·운영 중이다. 이밖에 일정기간 미술품이나 전동킥보드, 드론(무인기)을 대여하는 업체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렌탈업계 관계자들은 경기불황에 1인가구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이같은 렌탈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렌탈제품들이 분납을 통해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 불황 속 ‘작은 사치’를 즐기는 1인가구를 파고든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6년새 17.2% 늘어난 104만원으로, 4인가구의 1인당 소비지출액(80만원)보다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국 1인가구 비중은 25.5%로 2010년 대비 5.15%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2011년 19조5000억원에서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48.6% 증가했고 2020년에는 40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집이 투자수단에서 주거수단으로 변화하고 1인가구를 중심으로 요리 및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실내활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렌탈제품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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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지 마세요, 빌려쓰세요"…유통업계 렌탈 전쟁
[렌탈전성시대] ②경기침체·1~2인가구 증가 여파 백화점·홈쇼핑·온라인몰 등 대여 서비스 강화…"급성장 시장 잡자" 패션기업도 가세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직장인 김민희씨(32)는 몇 달 전부터 온라인몰에서 옷과 가방 등을 빌려 쓰고 있다. 회사에서 '패션피플(옷을 잘 입고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로 통하는 동료로부터 일정 기간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 등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매달 쇼핑으로 수십만원씩 지출하던 비용을 10만원 안팎으로 줄였다. 김씨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비싼 옷을 구입해도 금세 유행이 지나 몇 번 입지 못하고 옷장에 넣어두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이런 고민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렌탈시장이 매년 급성장하면서 유통 기업들의 경쟁적으로 대여서비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경기 침체와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제품 구입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수요가 많아지자 판매 뿐 아니라 대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4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31조9000억원으로 30조원 벽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5년 24조5000억원에서 3년만에 30.2% 성장한 것이다.

◇"부담없이 빌려쓰세요"…백화점도, 홈쇼핑도 렌탈사업=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에서 명품 등 고가 브랜드 제품을 빌려주는 '살롱 드 샬롯'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옷부터 가방, 시계, 보석 등 패션 아이템을 대여하는 매장으로 수백만원대 신상 명품을 일정 기간 빌려 쓸 수 있다. 지난 2016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명 남짓했지만 최근엔 40~50명으로 늘었다.

SK플래닛은 이용권을(상품구성·대여기간 등에 따라 1회 2만5000~4만원, 월 6만5000~19만9000원 차등) 구입하면 옷과 가방 등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앤'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의 이용객은 현재 45만명에 달한다. SK플래닛은 각종 생활용품을 대여하는 '홈&카'도 운영 중이다.

홈쇼핑도 렌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렌털상품 부문 매출이 연 30~40% 증가할 성도로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져서다. 현대홈쇼핑은 아예 렌탈 전문 자회사인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했다. 현대렌탈케어는 '큐밍'이라는 렌탈 브랜드를 론칭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전문적으로 대여한다.

롯데홈쇼핑 역시 렌탈상품 방송을 늘리고 있다. 반려견을 목욕시키고 넣어두면 털이 건조되는 '펫드라이룸'을 월 3만원대에, 탈모로 고민인 소비자들 위해 탈모치료기 이용권을 월 1만~2만원대에 판매한다. 롯데는 KT렌탈을 인수해 렌터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유통계열사 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위클리셔츠, 남성의류, 여성의류, 유아·아동 의류 등으로 대여 품목을 늘렸다.

◇'스마트 소비' 트렌드 확산…렌탈시장 더 커질 듯=유통업계가 렌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경기 침체, 1~2인 가구 증가, 소유보다 공유 등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렌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소비 욕구에 비해 소득 증가율이 낮은 것이 한 요인"이라며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면서 만족감을 높이려는 한 수단으로 렌털이 활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절벽'이 '렌탈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다.

렌탈 시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물론 패션 기업들도 렌탈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와 업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레코드'의 신상품 의류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송지유 기자

[MT리포트]전자제품 렌탈업 '미세먼지 특수'…삼성도 진출채비
[렌탈전성시대]③올해 시장 규모 17조9000억 추정…LG전자, CJ헬로비전 등 속속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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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업 시장의 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단순히 빌려 쓰는 가전이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대기업까지 시장에 가세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는 이런 렌탈 시장의 특수 요인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기관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대여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업 간 거래(B2B)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올해 시장규모 차량렌탈 빼면 17조9000억 추정…LG전자의 합류=16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각종 개인·가정용품과 장비 렌탈 등 올해 렌탈업 시장 전체 규모(리스 등 차량렌탈 제외)는 지난해보다 10% 가량 성장한 총 17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차량 렌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31조9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정수기나 비데 등 생활가전을 빌려주는 수준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모든 가전제품의 렌탈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LG전자 (91,800원 ▼700 -0.76%)와 CJ헬로비전 등 기존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9년 정수기로 렌탈 사업에 처음 뛰어든 LG전자는 지난해 공기청정기와 안마의자, 트롬스타일러, 트롬건조기, 전기레인지 등 건강·위생 가전 라인업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가전은 LG전자가 10년 이상 판매해온 제품이라 렌탈 시장에서 수요가 충분해 소비자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롬건조기와 트롬스타일러는 없어서 못 빌린다는 수준이다. 월 3만4900원 수준이면 렌탈이 가능해서다. 한 번에 100만원 이상 목돈이 나가는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제조사가 직접 렌탈 사업을 하니 애프터 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도 한층 덜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소비의 개념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고 이런 변화가 렌탈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계절과 주위 환경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초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 CJ헬로비전과 CJ헬로모바일 등 유료방송·알뜰폰 가입자 기반의 시너지 효과(결합상품)를 내려는 전략이다.

렌탈 품목은 백색가전을 포함해 유료방송 기기를 포함한다. UHD(초고화질) TV부터 사운드바와 노트북, PC, 테블릿, 침대 매트리스까지 품목에 있다. 지난해 렌탈 사업 실적이 첫해인데도 불구하고 예상 외였다는 게 회사 측의 귀띔이다.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진입장벽 높은 사업…인프라 갖춘 대기업에 유리=렌탈 사업은 진입장벽은 다소 높은 편이다. 빌려준 제품을 전문인력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해서 담당자를 교육·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본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록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LG전자에 이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까지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서 렌탈 사업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지자체의 발주 특수도 대기업들의 진입을 끌어들일 요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올해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올해 84억800만원(시비 70%, 구비 30%)을 투입해 어린이집 2만6345개에 공기청정기를 한 대씩 지원(렌탈)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시·군별로 이미 같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공기청정기 수요는 지난해 140만대 수준에서 올해 200만대 이상으로 30% 이상 성장할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렌탈은 유지관리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대여 기간 동안 소비자에 무상보증을 해준다"며 "이런 소비자 편익과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가 맞물려 시장이 당분간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MT리포트]렌탈사업 성공조건 1순위 '방판조직’
[렌탈전성시대]④코웨이 '코디' 1.3만명 업계 최다...맞춤형 영업 가능해 실적과 직결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국내 가전기업들은 렌탈사업의 승부를 가르는 방판(방문판매) 조직 확보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고객 가정을 찾아가 제품 성능을 유지하는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높아진 친밀도를 바탕으로 각 가정에 최적화한 품목을 소개하는 등 렌탈사업의 첨병 역할을 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탈 가전기업 중 최대규모의 방판조직을 보유한 곳은 코웨이다. 제품관리 서비스직원 ‘코디’ 등 코웨이의 방판 직원은 총 1만3000여명으로 전국 고객의 가정을 누비며 판매 및 영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한다. ‘코디’는 1998년 첫선을 보인 뒤 전국 580여개 지국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쳐 국내 렌탈업계 방판직원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두 번째 규모의 방판조직은 청호나이스의 ‘플래너’다. 전국 5000여명 규모로 청호나이스가 렌탈사업을 시작한 2001년 이후 정수기에서 공기청정기, 비데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2008년과 2002년 렌탈업계에 진출한 SK매직과 교원도 약 3000명의 ‘매직케어’와 ‘웰스매니저’를 운용하고 후발주자인 쿠쿠도 2010년부터 2500명의 ‘내추럴매니저’를 앞세워 렌탈시장에 연착륙했다.

방판조직의 최대 강점은 각 가정에 맞춤형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품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고객 가정을 방문하고 집안 곳곳을 들여다보면서 가족 구성원 수 및 연령대, 주거형태 등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한다. 1대1 밀착 마케팅·실시간 고충 처리로 고객 불만도 최소화한다.

실제로 각사의 방판조직 규모는 회사 실적의 ‘바로미터’인 렌탈계정수로 이어진다. 1만3000명의 방판조직을 운영하는 코웨이는 약 580만개의 렌탈계정을 확보해 렌탈업계 1위를 유지한다. 이는 렌탈업계 2위권을 형성한 SK매직(130만계정)과 청호나이스(120만계정) 쿠쿠(120만계정) 교원(50만계정) 등의 렌탈계정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방판조직은 이들 기업이 가전 대기업과 경쟁에서 자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했으나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1500여명의 제품관리 서비스인력을 운용할 뿐 방문판매는 하지 않는다.

코웨이 관계자는 “방판 조직의 힘은 판매 및 제품 관리 뿐 아니라 주기적인 소비자 수요 파악에 있다”며 “집안까지 들어가 1대 1로 영업 및 마케팅하는 방법은 방판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리 서비스 직원이 수시로 바뀌면 고객 불안감이 증가한다”며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비데, 의류관리기 등 품목을 꾸준히 확대해 방판 직원들의 수익을 높이는 것도 대규모 방판 조직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이원광 기자

[MT리포트]렌탈 무턱대고 쓰다간 위약금 '폭탄’
[렌탈전성시대]⑤정수기·안마의자등 렌털 관련 분쟁↑…"소비자 보호책 마련해야"


[MT리포트] 정수기·매트리스·옷까지…안사고 빌려 쓴다
#제휴카드 할인으로 B사의 안마의자를 월 3만9900원에 39개월 렌탈계약한 A씨는 4개월 후 계약을 해지하려다 포기했다. B사가 해지위약금으로 잔여기간 렌탈비의 30% 외에도 물류비, 등록비까지 포함해 총 92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렌탈금 총액의 60%를 위약금으로 내는 것은 과도하다”고 항의했지만 B사는 “약관에 서명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소비재를 중심으로 렌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렌탈시장의 안착을 위해선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수기의 렌탈관련 불만상담건수는 1만5014건으로 접수된 불만상담 품목 중 6번째를 기록했다. 안마의자 렌탈 불만상담은 2014년 40건에서 2015년 43건, 2016년 63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렌탈제품과 관련한 대표적 분쟁은 중도해지 위약금을 둘러싼 갈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생활용품은 1년 이상 약정 시 렌탈 해지위약금은 잔여 렌탈료의 10%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멋대로 위약금을 책정하거나 기준에 없는 설치비와 철거비를 별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LG전자의 정수기는 해지위약금이 사용기간에 따라 1년 미만은 잔여 렌탈료의 30%, 2년 미만은 20%, 3년 미만은 10%다. 설치비와 철거비도 내야 한다. 코웨이나 SK매직의 정수기는 위약금이 잔여 렌탈료의 10%로 공정위 기준을 준수하지만 10만원 넘는 설치비와 철거비를 받는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안마의자 렌탈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안마의자는 해지위약금이 잔여 렌탈료의 30%로 가장 높다. 바디프랜드는 사용기간이 18개월 미만이면 잔여 렌탈료의 20%를 위약금으로 청구한다.

하지만 렌탈 관련 분쟁에서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업체와 협의가 쉽지 않아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렌탈업체는 공정위의 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하고 위약금 등 약정 내용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시할 필요가 있다”며 “렌탈시장을 규율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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