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회변화에 응답하라"…주총 '개미의 반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3.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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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시즌 맞아 기업 vs 소액주주 충돌…감사선임 '뜨거운 감자'로 부각돼

'주주자본주의의 꽃'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이 봇물처럼 제기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부응해 자신의 목소리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주주와 기업 간 의결권 대결이 절정에 달했다.

"기업은 사회변화에 응답하라"…주총 '개미의 반란'


16일까지 주주총회 안건에 주주제안이 올라온 기업은 대한방직 (6,600원 ▼80 -1.20%) 삼천리 (90,500원 0.00%) 한국가구 (4,270원 ▲30 +0.71%) 아트라스BX (62,200원 ▲1,800 +3.0%) KISCO홀딩스 (22,050원 ▲100 +0.46%) BYC (38,700원 ▼2,050 -5.03%) iMBC 씨씨에스 한국코퍼레이션 현대아이비티 그랜드백화점 등이다.



소액주주의 요구사항은 △배당 증액 △액면분할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감사선임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 △자사주 소각 △정관변경 △사업목적 추가 등이다.

섀도우 보팅(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 주주의 투표비율을 불참 주주에 적용해 의안 결의에 이용하던 제도)이 올해부터 폐지되면서 정족수 확보를 위한 의결권 위임장 대결이 치열해졌다.



특히 감사선임은 소액주주가 회사 측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핵심 안건으로 2018년 주주총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상법 제409조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대주주는 초과 주식에 관해 감사 선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과거 섀도우 보팅으로 확보했던 의결정족수와 찬성표가 모두 진짜 위임장 없이 안건 통과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때문에 주총 안건에 주주제안이 특별히 제기되지 않은 회사라도 감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려 소액주주와 '의결권 위임장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23일 주총을 앞둔 대한방직 (6,600원 ▼80 -1.20%)도 회사와 소액주주가 의결권 대결에 나섰다. 대한방직은 지분 6.98%를 보유한 소액주주 신명철씨가 제안한 차등 현금배당 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사외이사·감사선임을 염두에 두고 신씨는 소액주주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글을 올렸다.


신씨는 "서로를 비판하던 북미 정상이 통 큰 결단으로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의 길을 열었다"며 "갑질에 대항하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갑질을 하는 당사자도 문제지만 그에 동조하고 은폐하는 주변인도 악질적 사태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처럼 기업은 주주와 대화할 것을,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액주주는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그는 "대한방직이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며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기업이 도태되는 시대에 회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자 사외이사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방직도 의결권 확보를 위해 나섰다. 회사 측은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섬유업계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경력이 풍부한 후보를 모셔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영진약품 (2,015원 ▼20 -0.98%)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주주제안이 상정된 아트라스BX (62,200원 ▲1,800 +3.0%)는 소액주주들이 사측이 제안한 2명의 감사위원 선임을 반대하고 있으며 회사 측 의결권 지분이 낮아 부결 가능성이 높다.

광주은행 (11,050원 ▼50 -0.5%)도 감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임장을 확보하려 주주 방문에 나섰다. 회사 측은 '감사위원 선임 부결시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다'는 편지를 주주들에게 남겼고 소액주주들은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된다고 관리종목 대상에 지정되는 것이 아니고 임시주총을 열어 재선임하면 된다"며 대결 중이다.

에스에이엠티 (3,555원 ▼50 -1.39%)를 비롯한 일부 기업은 회사 측에 의결권 위임장을 넘겨주는 주주에게 1만원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며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결권 위임에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제 대표는 "주주가 주주제안권을 활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감사를 선임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주주활동이 3월 주총시즌에 국한되지 않고 연중 내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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