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계열사 펀드판매규제 시동…미래에셋·IBK '노란불'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진경진 기자 2018.03.18 17:50
글자크기

금융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 착수, 올해부터 5%씩 감소…업계 "투자자 선택자유·업계특수성 무시 우려"

당국, 계열사 펀드판매규제 시동…미래에셋·IBK '노란불'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계 계열사 펀드판매 한도 감축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판매액의 50%까지 가능한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25%까지 줄이는 것으로, 매년 한도를 5%포인트씩 낮추겠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계열사 펀드판매를 45%로 줄여야 하는 투자업계에선 볼 멘 목소리가 나온다. 고객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펀드상품과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란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펀드계열사 판매 비중 감축을 위한 입법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산운용시장 발전방안 중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위한 입법절차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줄이고, 계열 판매처가 없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판매 활로를 열자는 의도도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행 은행, 생명보험, 증권사가 판매할 수 있는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 한도가 전체 판매액의 50%에서 25%로 줄어든다. 당국은 곧바로 계열사 펀드판매 한도를 절반으로 줄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매년 5%포인트씩 판매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5년 뒤인 2022년 계열사 펀드판매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당장 증권업계는 올해 계열사 펀드판매를 45% 이내로 줄여야 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취합한 계열사 펀드판매 현황에 따르면 1월말 기준 3개월간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이 45%를 초과한 판매사는 기업은행과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보험, 부국증권 등이다.


기업은행이 판매한 IBK자산운용 상품이 70.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보험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상품 60.03%를 판매했고, 미래에셋대우도 계열사 펀드판매가 48.69%로 집계됐다.

부국증권은 유리자산운용 상품을 54.8% 팔아, 이들 판매사 모두 계열사 펀드비중을 45% 이내로 줄여야 한다. 계열사 펀드 판매액을 줄이거나 타사 펀드 판매를 늘려야 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에 대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제재"라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데다, 특정 상품에서 차별화를 보이는 일부 운용사의 경우 오히려 역차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수익률이 높아 인기가 많은 특정 펀드 상품 이름을 보고 그 계열 증권사 점포를 찾았더라도, 계열사 펀드판매 제한 규정으로 상담사가 수익률이 낮은 펀드를 추천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설정과 환매가 잦은 단타성 상품은 자산운용사가 실제 얻는 수익은 적은 데 반해, 규제 리스크는 크다는 문제도 있다. 레버리지 상품인 A펀드에 한달간 들어온 자금(판매액)이 100억원이고, 환매한 금액은 90억원이라면 계열사 펀드 환매 규제는 판매액인 100억원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자산운용사의 수익 구조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특별자산 펀드와 같은 대체투자상품의 경우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한정돼 있어 계열 펀드판매 규제에 더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밀어주기 규제라는 현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운용사 스타일이나 시장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게 문제"라며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종합비율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