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미치고 맛에 탄복…“고기를 왜 끊지 못할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3.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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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인류의 육식 연대기

냄새에 미치고 맛에 탄복…“고기를 왜 끊지 못할까”


가수 김창완은 한때 비건 수준의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드라마 촬영 때 돼지가 살육되는 현장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1년 6개월쯤 지나 그는 다시 육식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거칠해지고 원기가 떨어지면서 ‘고기’를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채식에 손을 대는 많은 이들은 건강이나 지구의 환경, 동물 보호 등 갖가지 이유로 육식을 피하지만, 이 ‘인고의 시간’을 꽤 오래 버티는 일이 쉽지 않다.

육식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연구에 따르면 절임 육류와 붉은색 육류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20~30% 증가하고 붉은색 육류와 가공된 가금류를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남성은 43% 증가한다.



1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조사에서도 적색 육류를 하루에 0.5인분(약 42g) 이하로 섭취하면 남성은 사망률이 9.3%, 여성은 7.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러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육류 섭취량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1년 미국인은 1951년보다 육류를 약 28kg 더 섭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까지 북미 지역의 육류 수요가 2011년 대비 8% 증가하고 유럽에선 7%, 아시아에선 무려 5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햄버거 한 개를 먹는 것이 자동차 515km 운전하는 것과 같아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가축의 도살 현장이 주는 비도덕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고기를 끊지 못할까.


무엇보다 우리 식탁에 스며든 미신이 우리의 식습관을 지배했다. 특히 19세기와 20세기 초, 서양에선 독일의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후 단백질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여러 연구 결과에도 단백질에 대한 믿음은 공고히 자리잡았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낮은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과 더불어, 고기를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셈이다.

저자는 고기 섭취의 핵심 요인으로 ‘중독’을 꼽는다. 고대 박테리아가 온대성 바다에서 다른 생물의 ‘살점’에 중독된 15억 년 전의 경험을 시작으로 고기 섭취는 인류의 진화와 생존에 버팀목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고기가 실제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육식으로 인간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할 수 있었고 침팬지와 비교해 털이 가늘어지고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기를 갈망하게 하는 생화학적 요인으로는 음식의 맛을 내는 2-메틸-3-퓨란티올이라는 화학 물질, 군침 도는 냄새를 만드는 1000가지 휘발성 화합물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기, 버섯, 우유에서 주로 발견되는 감칠맛도 예외일 수 없다.

중독 요인은 유전자, 문화, 정육업계의 힘, 정부의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소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로토닌 수용 유전자 5-HT의 특정 다형성의 중요함이나 27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옥수수 산업 보조금이 미국인의 육식 욕구를 향상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그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조만간 ‘영양 전이’의 5번째 단계인 행동 변화 단계가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로 육식을 줄이고 과일과 채소, 곡물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진화에 필요했던 것은 고품질의 식단이었고 당시 기후변화에 맞게 적응하며 고기라는 최고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이산화탄소 증가 등 여러 문제로 육류 대체품과 곤충 등이 사람들의 식탁에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박아린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400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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