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뮤지컬 '시카고' 현대홈쇼핑 선예매권 특별 방송 예고 영상, 커넥츠북 '비밀신간' 영상 화명/사진=Hmall TV, 커넥츠북 캡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뮤지컬 무대와 '지름신'(충동구매를 일으킨다는 의미의 신조어)을 부르는 문구의 향연에 매료돼 주문 버튼을 누른다. 이 이색적인 판매 방송은 새벽 1시10분부터 시작해 45분 만에 7200장을 모두 팔아치우고, 4억3000만원 매출 기록을 세웠다.
홈쇼핑에서 공연 티켓을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설앤컴퍼니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권과 LG생활건강 제품을 결합해 판매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라이브가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 티켓을 팔았다. 당시 새벽 2시에 방송됐는데 총 800개 패키지 중 500여개를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1월에도 롯데홈쇼핑에서도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오디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타이타닉' 관람권을 팔았다.
'시카고'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시카고'는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으로, 홈쇼핑을 통해 티켓 판매 확대보다는 새로운 홍보 채널로 접근한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1시간 동안 뮤지컬 작품을 전적으로 홍보할 기회도 드문데다가 공연 비수기인 3월에 의미 있는 판매 성과도 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가수들 신곡과 출판사 신간 홍보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신곡이 나오면 라디오나 TV 통해서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해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을 통해 먼저 알린다. SNS에 공개하는 아티스트의 일상도 콘텐츠화해 홍보 효과는 배가된다. 글로벌로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콘서트 뒷 이야기와 성장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BTS: BURN THE STAGE)'를 오는 28일부터 유튜브 유료 가입자 대상으로 선공개한다.
문화 콘텐츠 중 상대적으로 정적인 출판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과거엔 신문 광고가 최고의 방법이었다면 지금은 책 내용에 적합한 SNS 채널을 선택해 이미지와 영상과 함께 알린다. 책 제목, 출판사, 저자 등 정보를 배제하고 오직 책 내용만으로 제작한 영상을 통해 홍보하는 온라인서점 커넥츠북의 큐레이팅 서비스 ‘비밀 신간’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출판사 관계자는 "책은 주 판매처가 서점이기 때문에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엔 제한적이지만 홍보 방식에 있어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형태로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 환경 변화로 전통적 광고 영역 무의미…문화 상품의 생필품화 영향도=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영역을 넘나드는 신선한 마케팅 사례가 나오는 것은 매체 환경이 크게 달라져서다. 과거에는 주요 TV·신문 매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면 디지털 기기 발달에 따른 생활·소비 패턴 변화로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이 급부상했다. 전통적인 광고의 영역도 무의미해졌다. 광고가 아닌 영역에서도 광고를 하는 홍보 무한경쟁 시대가 됐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매체 환경의 변화로 홍보 시장이 신자유주의화됐다"며 "과거엔 주요 일간지 내에서만 경쟁하면 됐지만 지금은 광고할 수 있는 판이 커진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그에 맞는 대응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즐기는 계층이 확대되고 소비 행태도 달라진 영향도 있다. 문화콘텐츠는 과거 특정 계층 중심으로 소비됐지만,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으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기는 대중적, 보편적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황 평론가는 "주로 가전과 생필품을 팔던 홈쇼핑에 문화 콘텐츠가 나오는 게 이제 더이상 이상하지 않다"며 "TV를 틀면 홈쇼핑이든 지상파든 시청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채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옆 채널에서 음악·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되거나 홈쇼핑에서 음악과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라며 "문화 콘텐츠의 상품성이 커지면서 문화상품과 생필품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