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한은정 기자, 변휘 기자, 산업1부, 정리=심재현 기자 , 황국상 기자, 주명호 기자, 김진형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김민우 기자, 배영윤 기자 2018.03.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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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종합)

편집자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문재인 대통령)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이런 다짐은 공염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채용비리에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공정’한 것인지의 경계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공정한 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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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지역우대? 우수인재?…'공정한 채용'의 모호한 기준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 <1>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채용과 관련해 잡음을 없애려면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문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 방침이 외부 시각에서 봤을 때 불공정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100% 공정하려면 필기시험을 치러 점수순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다원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상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인재상에 따른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과 공정성의 적정 균형점은 어디일까.



◇추천제도, 검증된 인재 채용 vs 거절할 수 없는 청탁=금융회사와 대기업에는 매년 수만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리는데 이중 회사에 맞는 인재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채용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은 자기소개서 대필과 베끼기로 변별력이 떨어지고 일일이 읽어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추천제도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많은 기업이 대학에 추천을 요청했고 현재도 지방은행을 비롯해 일부 기업은 대학의 추천서를 받는다. 추천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제도다.



추천제도는 믿을만한 추천자를 통해 검증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서류전형의 한계를 추천인에 대한 신뢰로 넘어서는 것이다.

반면 추천은 청탁으로 변질돼 부정이 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에 추천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의 추천은 거절하기 어려우니 부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인이나 권력기관이 추천하는데 안 뽑을 수는 없을 것이란 의심도 든다. 추천제도는 추천해줄 사람 없는 흙수저에겐 불공정한 룰일 수밖에 없다.

◇직원 자녀 우대 제도, 로열티 제고 vs 고용 세습=A은행은 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게 15%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불공정하다고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대개 신원보증을 요구하는데 임직원 자녀는 신원이 확실하다. 임직원 자녀 우대가 생긴 이유다. 유능한 임직원의 자녀는 일을 잘할 것이란 믿음도 있다. 직원 자녀 우대는 직원들의 로열티(충성도)를 높이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노조가 직원 자녀 우대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GM과 기아자동차 노조는 단체협약 조항에 신규 채용시 직원 자녀를 우대해주는 내용을 포함했다.

반면 직원 자녀 우대는 고용 세습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위 임원의 자녀라면 실력으로 입사해도 ‘백’으로 들어왔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경우 자녀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 부모 덕을 본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도 있다. 모 금감원 임원은 아들이 금감원 입사를 준비하자 뜯어 말렸다고 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채용돼도 임원 아들이라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지역 안배, 정부도 권장하는 배려 vs 지역 아닌 사람 역차별=지역 안배는 정부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 육성에 나서면서 생겼다. 정부가 2013년에 내놓은 ‘지방대학 육성방안’에 따라 공기업과 대기업은 지방 고교 출신 및 대학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별도로 채용 인원을 할당하고 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운영해야 하는 은행은 지방에서 근무할 직원을 별도로 뽑는다. 지역 안배는 특혜보다 ‘배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운영되지만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도권 지역 출신이 역차별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공약을 ‘채용장려제’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역차별로 인한 위헌 소지 때문이었다. 지역 배려는 결국 대학 배려로 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청와대에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폐지해달라고 청원한 A씨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폐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출신 지역, 출신 대학과 관계없이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고 채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처 채용 우대, 이익 추구 기업의 선택 vs 가진 자들의 상부상조=KEB하나은행은 채용 때 입점 및 주요거래 대학 출신을 우대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은행들은 입점 대학에 채용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출연하는 등 경제적인 이익도 제공한다. 이는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는게 은행의 항변이다.

중소기업은 더하다. 중소기업은 공공연하게 거래처 자녀 등 친인척을 우대해 채용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거래처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볼 때 거래처에 대한 채용 우대는 결국 가진 자들의 상부상조로 보일 뿐이다. 큰 거래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채용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학렬 기자, 한은정 기자

[MT리포트]인사청탁 '3不'…듣지도 전하지도 알려주지도 말라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2>인사청탁 없애는 CEO들의 노하우...청탁 땐 오히려 불이익 '초강수'도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인사청탁은 듣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합격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도 많은데 그것도 안 됩니다"

한 금융지주사 A회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채용비리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이같은 원칙을 소개했다. 오랜 기간 은행과 금융지주사에서 근무하며 신입 채용부터 말단 직원 인사 이동, 임원의 승진·연임, 정·관계 낙하산 인사까지 갖가지 청탁을 받아봤던 경험에서 우러난 이른바 '청탁 3불(不) 전략'이다.

전화나 만남을 통해 상대방에게 인사청탁 이야기를 상세하게 듣게 되면 모른 척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구체적인 청탁 내용은 듣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럴 땐 스스로 '무능한 사람'임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한 기업체 인사 담당 임원은 "청탁은 주로 내부나 가까운 주변 사람보다 정·관계의 힘 있는 사람이 많이 하은데 '인사 시스템이 복잡해 내 맘대로 안 된다'며 권한이 없는 것을 강조해 아예 말문을 닫게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적잖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그는 "청탁을 피하면 더 윗선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회사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힘 있는 사람과 또 다시 마주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는 무시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을 받으면 단순히 '전달'은 하되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나 직속 상사로부터 인사청탁 대상자의 이름을 전달받는 것 자체가 결정 실무자들에게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전달'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친구 아들의 인사 청탁 내용을 "던져만 줬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이로 인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처지가 됐다.

인사청탁을 받으면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최종 결정 내용을 남보다 일찍 알려주는 걸로 '면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역시 바람직한 건 아니다. B금융지주사 회장은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은 그나마 들어줄 만하게 느껴질 지 몰라도 사소한 원칙이 무너지면 머지 않아 큰 원칙에도 무뎌진다"고 말했다.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도 부탁한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뒀다 합격 공고가 나기 전에 인사부에 물어봐야 하는데 훗날 얼마든지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3불'을 넘어 더 적극적인 대처방법도 있다. 모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청탁 대처법은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정치인으로부터 강력한 인사청탁을 받았다. '현직 임원의 임기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B회장은 "안 그래도 잘 하는 친구여서 애초부터 연임시키려 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나 청탁이 들어오자 마음을 고쳐 먹고 퇴임시켰다"며 "해당 임원이 '앞으로도 이런 청탁이 먹힐 것'이라고 여기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한 달 가까이나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시달려야 했지만 앞으로도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휘 기자





[MT리포트]"내 아들 취직 좀…", "필기는 통과하셨나요?"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3>권력기관 채용 청탁에 민간 기업 대처법

"대한민국에서 힘 깨나 쓴다는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들 중 자녀나 친인척이 취업을 앞두고 있는 경우 너 나 할 것 없이 청탁이 들어옵니다. 약자인 기업 입장에서 권력 기관의 힘을 거부할 수도 없고, 결국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컴퓨터에 의지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에게 매년 수십만명이 치르는 과도한 취업시험 준비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필기 시험을 없애는 것이 어떠냐고 던진 질문에 돌아온 의외의 답변이다.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해 컴퓨터로 채점하고, 그 성적을 조작하기 힘든 입사시험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답이었다.

이 임원은 "외부에서 채용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오면 마냥 거부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신입사원 공채 때 컴퓨터가 채점하는 기초 소양부터 전공분야, 상식, 인·적성 시험을 치르는데 기본 소양을 점검하는 의미도 있지만 채용 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상당하다"고 답했다.

또 "청탁하는 쪽에 (최소한의 요건인) 필기시험은 통과하셨나요라고 물어보면, 필기시험도 통과 못했는데, 청탁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로 들려 청탁의 절반 이상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시스템상 기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들면 채용 청탁을 거절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얘기였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4명이 채용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민간기업에서도 채용 청탁이 현안이자 고민거리라는 얘기다.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내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의 얘기대로 상당수 대기업이 실시하는 공채 필기시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그룹의 경우 직무적성검사인 GSAT를 치른다. 지난해까지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사고, 상식 등 5가지 과목을 치렀고 올해부터 상식이 폐지됐다. 현대차그룹도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HMAT(인·적성검사)를 치른다. SK그룹은 SKCT, LG그룹은 LG 웨이핏테스와 적성검사를 본다.

이같은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취업 준비생은 최소한 면접에 앞서 기본 소양은 갖춘 것이 되기 때문에 '무식한 낙하산'은 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된다는 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또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청탁을 배제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불필요한 조건이나 스펙을 채용에 반영하지 않도록 올해부터 서류 접수 단계부터 출신학교나 출신지, 신체 사항, 사진을 받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무적합성 평가용 에세이에도 이런 정보를 담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입사지원서에서 어학성적과 자격증, 수상 경력,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항목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을 입력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롯데그룹은 사람 대신 아예 AI(인공지능)가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부터 일반적인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 대신 직무 '관련 보유역량 기술서'를 받고 AI가 이를 분석해 평가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채용 청탁은 어떤 권력이 됐든 힘을 가진 사람들이 불공정한 권한 남용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라며 "기업들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1부, 정리=심재현 기자

[MT리포트]'몸통' 빼고 '깃털'만 처벌 받는 채용비리 '업무방해죄'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4>지시자 업무방해죄 적용 어려워…"입법·사법 차원의 해법 필요"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부정한 채용을 청탁하거나 지시한 이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민간 기업에서 채용비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문제는 부정채용을 요구한 사람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형로펌에서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A 변호사는 “채용비리의 경우 지원자들의 면접점수 등 성적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인사담당자가 정범이 되고 이를 지시한 이는 공범이 된다”며 “이 때 실무선에서 처리한 사람의 범행은 명백한 반면 이를 지시하거나 독촉한 사람의 범행은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탁을 받아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특정인을 채용시킨 혐의를 받은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전직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은 징역 10개월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은 최 의원은 2016년 최초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가 지난해 3월에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최 의원의 요구가 있었음을 부인했던 박 전 이사장이 재판 도중 진술을 번복하고 “최 의원이 (해당 특정인의) 채용을 지시했다”고 밝히고서야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

재경지검 소속의 B 검사는 “최 의원 사건은 여러 단계로 이뤄지는 채용비리 사건에서 실제 범행을 저지른 이가 부정채용을 청탁·지시한 자에 대해 진술을 내놓은 특이한 경우”라며 “대부분의 경우 인사 담당자를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의 혐의를 규명하기란 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개 ‘○○○씨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청탁이나 암묵적 지시가 행해지는데 실제 해당 청탁·지시를 한 사람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적법한 과정으로 채용을 할 때 감안해 달라는 취지이지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할 것이라고 기대한 적은 없다”며 버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내가 부탁한 이를 채용시키라”는 의미였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점수조작 등 ‘무리수’를 둔 실무자급만 정범으로 처벌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B 검사는 "입법적으로 권력형 채용비리의 배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사법부가 부정채용을 청탁·지시한 이의 발언·행위의 위법성을 보다 넓게 인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당채용 청탁을 받은 이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자일 경우 청탁한 사람은 이 법에 따라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에 처해질 뿐이다.

A 변호사는 “청탁을 한 사람이 공직자일 경우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최고 5년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도 “이 역시 범죄사실을 규명하기가 어려운 것은 업무방해죄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국상 기자



[MT리포트]판도라의 상자 '채용', 관행과 비리 사이 줄타기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5>금감원장 사퇴로 채용비리 파문 재점화…합리적 기준 찾아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모든 행위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채용과 인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율의 영역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의 영역이기에 금융 관련 법규에 금융회사의 채용 절차를 규율하는 내용도 없다. 검사를 통해 잘못을 적발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여론에 떠밀려 금융권의 채용실태 점검에 나섰고 채용은 지금 금융당국이 가장 중점을 두고 검사하는 분야가 됐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대한 채용실태 점검을 지난 1월 마쳤다. 비리혐의를 받은 5개 은행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파문으로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는 다시 시작이란 분석이 나온다. “둑이 무너졌으니 앞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금감원은 2금융권으로도 검사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리스트 나올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채용비리 파문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비유했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봉인돼 있던 금융권의 채용과정이 검사를 통해 공개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란 의미다.

당장 금감원장의 사퇴로 재개된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 특별검사가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을 낙마시킨 추천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신입행원 공채시 내부 임직원의 추천을 받은 응시자에 대해선 서류전형을 면제했다. 명시적 내부 규정 없이 이어진 ‘관행’이었다. 최 전 원장도 지인 아들의 이름을 인사부서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이는 당시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특별검사를 실시해 추천으로 입사한 사례를 집중 살펴볼 방침이다. 서류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추천받은 이들의 채용 전반을 추적하면서 특혜나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날 추천자들의 이름, 소위 ‘VIP 리스트’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검사에서 2016년도 채용시 55명의 별도 관리 명단이 있었다고 확인한 만큼 2013년에도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채용 시즌이 되면 정치권, 금융당국, 법조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에서 추천이란 명목으로 ‘청탁’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추천한 것만으로도 금감원장이 사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장까지 사퇴한 이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천자들을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행과 비리 사이..“사회적 합의를 찾는 과정 돼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하나은행에 추천받은 응시자의) 서류전형을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그것 자체가 오늘날의 기준과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얼마나 문제를 삼을지는 검사를 다 해봐야 알 것”이라며 “지금 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발언처럼 어디까지가 관행이고 어디부터가 비리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치 않다. 금감원 역시 은행권 채용검사에서 점수가 조작된 경우 등은 비리로 검찰에 통보했지만 ‘추천 대상자에게 임의로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 것은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관행과 비리 사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채용점검을 관치의 프레임이나 사기업은 알아서 해도 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그동안 그레이존(중간지대)이었던 채용 분야를 어디까지가 민간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감독의 대상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절차의 공정성과 함께 선발의 재량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게임의 룰이 사전에 응시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는지가 중요하다”며 “회사가 내부 목적을 위해 가점제, 쿼터제, 추천제 등을 운영할 경우 이를 미리 공지하면 최소한 비리 논란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MT리포트]내부 갈등에 보복...악연으로 얽힌 채용비리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6>우리銀·하나금융·금감원, 다른 갈등이 발단…채용비리, 전가의 보도 되나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지난해부터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는 채용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갈등에서 비롯됐다. 내부 갈등, 지배구조 정책을 둘러싼 충돌, 보복성 감사 등이 채용비리로 연결됐고 관계자가 옷을 벗는 결과를 낳았다. 채용비리 이슈가 이해관계의 도구로 사용돼 금융권을 강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銀 특혜채용, 계파 갈등이 발단…이광구 사임=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우리은행 임원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임원, 국가정보원 직원, 우리은행 VIP 고객의 친인척 채용 청탁이 담겼다.

이같은 내부 문건이 심 의원의 손에 들어간 배경에는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간 갈등이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1998년 상업·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는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순우 전 행장(현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이어 이광구 전 행장까지 상업은행 출신이 연달아 수장이 되면서 한일은행계의 불만이 커지며 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문건을 심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이광구 전 행장은 임기를 1년 5개월가량 남긴 채 지난해 11월 2일 전격 사임했고 얼마 뒤 기소됐다. 후임에는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행장이 선임됐다.

◇최흥식, 하나금융 지배구조 문제 삼다 채용비리 ‘역풍’=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고 금감원은 특히 하나금융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실태평가 검사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회장 배제 등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했고 KEB하나은행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회장 추천 일정도 미루라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 회추위는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해 김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얼마 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실태 점검 결과 5개 은행에서 22건의 비리정황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중 13건이 KEB하나은행에서 나왔다. 채용비리 조사가 검찰에 넘어가 금감원과 하나금융간 갈등이 잦아드는가 하는 시점에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전 원장은 의혹 제기 사흘만에 사표를 제출, 재임 기간 6개월의 최단기 금감원장으로 떠났다.

◇감사원 청첩장 문제로 커진 금감원 채용비리=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비리 혐의가 적발돼 임직원들이 구속 수감되는 사태를 맞았다. 당시 감사원의 채용비리 감사의 이면에는 금감원에 대한 ‘감정’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감사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해 4월 한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소식이 금감원에 팩스로 통보됐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커지자 해당 사무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감원에서는 “검사 분위기가 해당 보도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검사를 은행권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2금융권은 회사가 너무 많아 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를 받아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제보라는 형태가 앞서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와 같은 상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의도를 지니고 채용비리 의혹을 제보해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보의 신빙성을 떠나 제보를 근거로 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금융사로서는 타격”이라며 “채용비리가 회사 내부 정쟁이나 이해관계 등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MT리포트]公기관 10곳 중 8곳 채용비리…첫발 뗀 피해자 구제
[채용, 관행과 비리 사이]<7>탈락자 채용, 합격자 정해둔 면접…가스안전공사 채용비리 피해자 8명 구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29일 오전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29일 오전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곪아있던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지난해 하반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를 통해 터졌다. 금융감독원, 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강원랜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곳곳에서 채용비리가 밝혀졌다. 감사원, 검찰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는 전선을 확 넓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채용비리 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공기관 전수조사 실시 △채용비리 임직원에 대한 형사·민사상 책임 부과 △부정 합격자 채용 취소 등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흘 뒤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과거 5년 간의 채용과정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뿐 아니라 지방 공기업·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1차로 중앙정부 산하 27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1월 29일 최종 결과와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1190개 조사대상 기관 중 946개 기관에서 4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10곳 중 8곳이다. 채용비리의 질이 나빠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현직 공공기관장 8명은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수사의뢰, 징계대상에 이름을 올린 현직 임직원 189명은 업무에서 즉시 배제했다.

정부가 공개한 채용비리 사례를 보면 특혜와 반칙이 판쳤다. 입사시험 탈락자가 채용되거나 특정인을 통과시키기 위해 내부 구성원으로 면접 짬짜미를 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정부는 채용비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구제하겠다고 했다. 또 각 채용단계별로 예비합격자 순번을 부여하고 불합격자 이의신청 절차를 두겠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정부 채용비리 제도 개선안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가스안전공사는 채용비리 제도 개선안을 기준 삼아 지난 13일 피해자 8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중 처음이다.

공공기관과 별개로 민간 부문 채용비리 조사도 진행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6일 5개 시중은행에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채용실태 현장점검 결과다. 역설적이게도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진두지휘했던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퇴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MT리포트]'부정청탁'과 '민원'사이 의 국회의원들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8> "거절도 쉽지 않고 구분도 어려운게 현실"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국회는 국민의 '민원창구'다. 어려움을 겪는 사회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게 일이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듣는 게' 일인 국회의원들에게도 민원과 부정청탁 사이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난제'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지는 민원 탓에 의원실 자체적으로 민원과 부정청탁을 가르는 매뉴얼을 정한 곳도 있다. A 재선 의원은 "대가를 받느냐 안 받느냐가 1차 경계선"이라며 "내용적으로는 '잘 되게 해주세요'와 '억울합니다'를 먼저 구분한다"고 말했다.

A의원이 말하는 '억울합니다'류는 일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행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적용해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민원, 대기업의 갑질로 하청업체가 피해를 겪고 있다는 민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잘 되게 해주세요'류는 취업청탁, 사업수주 등 개인적인 민원이 주를 이룬다.

A 의원은 "'억울하다'는 민원은 일단 듣고 보좌진들을 통해 진상파악을 주문한다"며 "반면 '잘 되게 해달라'는 민원은 일단 제쳐둔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표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마냥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A의원 거절에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 의원은 "민원을 매몰차게 거절할 경우 안티(Anti)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앞에서는 '알겠다'고 대답한다"며 "(취업청탁이라면) 해당기관에 전화해 결과만 먼저 좀 알려달라고하고 민원인에게 '밀어봤지만 이번엔 잘 안됐다'는 식으로 결과를 먼저 전해주는 정도로 민원인을 위로한다"고 말했다.

B의원은 "민원 중에 거절하기 힘든 부분이 '누구를 만나게 해달라'는 민원"이라고 말했다. B의원은 "초선 때는 누가 누구를 좀 소개해달라고 하면 그건 아무생각없이 다 들어줬는데 시간이 지나서보니 내가 누구를 소개해주는 것 자체도 알선, 주선 혐의 등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더라"라며 "그 이후로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설명했다.

이처럼 조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정청탁'과 '민원'에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한 국회의원은 사석에서 "아는 사이에 완전히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누가 (어디 취업했으니) 도와달라고 하면 지나가는 말로라도 '잘 봐달라'고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며 "리스트를 만들어서 전달하고 채용 압박을 넣고 이렇게 한 것도 아닌데 그게 채용청탁이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입법권, 예산심의권 등 국회의원이 가진 권한을 비추어볼 때 의원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말'이 아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 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청탁의 경우 '국회 내 관행'이 부정청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4년 임기의 국회의원이 낙선할 경우 보좌진들도 하루 아침에 직업을 잃는다. 이 때 낙선한 국회의원은 다른 초선 의원이나 다른 협회, 기관 등에 등에게 자기 의원실 식구들의 취업을 청탁하는게 관례다.

정치권에서는 이것이 '의리'로 통한다. 형식은 '추천'이다. "얘 내가 써보니 일 잘하니더라. 데려가서 써보라"는 식이다. 보좌진뿐 아니라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캠프관계자들에 대한 '보은'차원에서의 채용 청탁도 빈번하다.

C의원실 보좌관은 "민원이 일상화 되다보니 결과론적으로 '민원해결'이 '부정청탁'의 결과로 나타나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정청탁에 관한 부분은 개별 의원실의 대응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회차원에서 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민우 기자

[MT리포트]구속·사퇴·압수수색…채용비리 한순간에 추락하다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9>강원랜드 전 사장 구속,…최흥식 전 금감원장·이광구 전 행장 등 퇴진
[MT리포트] 취업청탁 없이 '공정한 채용'…가능할까?
기업과 공공기관에 채용비리 폭풍이 불어 닥치면서 수장들의 불명예 퇴진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채용비리 관행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공공기관과 기업의 채용 과정에 관행과 비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져왔다. 관련 문제가 속속 드러나면서 해당 조직의 수장들과 관련자들이 압수수색, 구속, 자진사퇴 등으로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규모 채용비리로 기업 전체가 불명예를 뒤집어 쓴 강원랜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조사를 통해 2012년, 2013년 당시 채용한 직원 대부분이 청탁으로 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기간 대표를 맡았던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직원 채용과 관련한 업무 방해 및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재판 중이다. 인사 청탁을 의뢰한 혐의로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염동열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사무실 인턴 직원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최근 실형을 확정 받았다. 최 의원도 박 전 이사장에 채용 압력을 가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도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 의혹으로 지난 12일 자진 사퇴했다. 현 정부에서 고위급 기관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처음이다. 최 원장은 과거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시절에도 간부 채용으로 잡음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하는 조직의 수장까지 채용비리 얼룩진 채 물러나면서 금융권은 '걸면 걸린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문건을 공개되면서 당시 연임이 결정된 상태였던 이광구 전 행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조사로 밝혀진 2016년 당시 있었던 수십건의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진 2013년까지 범위를 넓힐 방침으로 알려져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인사담당자가 구속됐다.

배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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