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1개 1000원"… 가성비 최악, 왜 사세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3.1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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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비싸더라도 '심리적 만족감' 준다면 구매… 비싼 과일·프리미엄 가전 인기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토스터기 하나에 30만원, 딸기 두 개에 2000원.

과거 제품 구매의 기준이었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지불한 가격 대비 성능이 주는 만족감) 측면에서 보면 최악이라고 불릴 만한 소비트렌드, '가심비'가 유행이다.

가심비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디자인이나 기능 등이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주면 기꺼이 사는 소비 패턴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난해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 등을 계기로 이 같은 소비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싸긴 하지만 편하니까"…소포장 과일 인기



소포장 과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1인가구가 늘고, 간편하게 과일을 챙겨먹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소포장된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13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월~6월) 소용량 과일 매출은 전년인 2016년 동기 대비 46.2% 증가했다.
/사진제공=청과브랜드 돌(Dole)/사진제공=청과브랜드 돌(Dole)
청과브랜드 돌(Dole)의 소포장 과일 디저트 '후룻컵'(200g)은 간편하게 '과일을 챙겨 먹는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이다. 이는 기존의 대용량 과일디저트 후룻바틀(666g) 제품을 1/3 크기로 줄이고 포크를 동봉해 손쉽게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판매되던 과일보단 비싸지만 인기다. 돌 관계자는 "후룻컵은 편의점에서만 60% 이상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블로그 캡처/사진=블로그 캡처
딸기 두 개를 한 팩에 담아 파는 '자연가치 킹스베리' 딸기 팩도 등장했다. GS리테일의 GS25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해당 딸기 팩은 총 길이가 8cm인 딸기 두 개가 담긴 것으로 한 팩(100~160g)에 2000원이다. 딸기 500g을 5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할 때 2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

직장인 김모씨(26)는 "건강을 위해 과일을 챙겨먹어야하는데, 많이 사면 버리게 돼 소포장 제품을 찾는다"며 "대부분 맛도 괜찮은 편이라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스메그 전기포트 /사진=스메그 코리아스메그 전기포트 /사진=스메그 코리아
◇"디자인 멋지고 더 안전"…해외 프리미엄 가전 인기



이탈리아 가전 스메그의 전기포트는 20만3000원으로, 한국의 전기포트가 1만~5만원에 이른다는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싸다. 다른 가전들도 마찬가지다. 토스터기는 20만3000원, 반죽기는 76만4000원이다. 하지만 스메그의 프리미엄 소형가전 4종(반죽기·블렌더·전기포트·토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스메그 토스터기 /사진=스메그코리아스메그 토스터기 /사진=스메그코리아
단조로우면서도 눈에 띄는 단색 디자인에, 확실한 사후관리(A/S) 서비스가 인기의 이유로 꼽힌다. 스메그의 프리미엄 소형가전 4종(반죽기·블렌더·전기포트·토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반죽기 같은 소형 가전의 A/S에는 본사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출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장인 유모씨(28)는 "신혼집에 스메그 토스터기와 전기포트를 구비했다"며 "다른 브랜드 제품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디자인이 뛰어나서 만족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메그 이외에도 △독일 가전 브랜드 블롬베르크 △일본 소형가전 업체 발뮤다 △스위스 프리미엄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 △프리미엄 헤어드라이기 브랜드 다이슨 등도 인기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가심비 트렌드로 생활가전 매출 중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30% 이상으로 최근 3년 간 매년 두자리 수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심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송동현 밍글스푼 경영마케팅 대표는 "소비를 해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하는 건 사실 소비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트렌드는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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