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연예인부터 작가까지, 10인 10색 사외이사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기성훈 기자 2018.03.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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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6]보해양조 유시민 작가, 배우 이서진도 두올 사외이사 선임 예정…다양성 끌어올려 투명성 확보

편집자주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마다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노골적인 청탁이 오고 가기도 한다. 기업 경영의 한 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은퇴한 유력인사들의 '인생3모작', 혹은 현직들의 '꿀 부업'이라는 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론 권력에 대한 방패막이, 혹은 기업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세계의 현실과, 개선 가능성을 짚어본다.

좌측부터 유시민 보해양조 사외이사, 이서진 두올 사외이사 내정자, 김선욱 삼성전자 사회이사 내정자좌측부터 유시민 보해양조 사외이사, 이서진 두올 사외이사 내정자, 김선욱 삼성전자 사회이사 내정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은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20여 년 전보다 다양해졌다. 작가와 소설가는 물론 연예인까지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비중은 낮지만 여성의 사외이사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유시민씨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 등을 거친 그의 현재 직업은 작가다. 지난해 3월 보해양조 사외이사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임기는 2020년 3월 24일까지다.

보해양조가 유 작가를 선임한 배경은 '다양성'이다. 기업과 사회 각계 소통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를 두루 거친 그의 조언을 경영에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유 작가를 문화계 인물로 본다면, 그와 비슷한 직군의 사외이사 진출도 눈에 띈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잘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2~2014년 당시 제일모직의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중견 소설가 김주성씨는 2011~2014년 농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기업 사외이사 명단에서는 이제 연예인들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배우 이서진씨는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자동차 섬유내장재 기업 두올의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자산운용사 에스크베리타스에서 글로벌콘텐츠2본부 본부장(상무)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배우 윤태영씨는 2016년부터 디지털시각효과 전문업체 덱스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웰슬리안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윤익주식회사 실장으로도 활동했었다. 윤익주식회사는 윤씨와 그의 아버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판매·대행하거나 이용 권리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의 사외이사도 눈에 띈다. 포스코 (421,000원 ▼7,000 -1.64%) 사외이사인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대표는 최근 이 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2014년부터 파이낸셜뉴스 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과 한국경제연구학회 부회장 등을 맡았었다. 조현재 광주대 초빙교수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조씨는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MBN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었다.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도 시작된다.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는 첫 여성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상태다.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에쓰오일 (77,900원 ▼200 -0.26%))과 최명희 한국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KB금융) 등도 눈에 띄는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끌어올려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구색 맞추기 식의 다양성 제고로 치우쳐 전문성이 희생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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