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시즌, 적자에도 '폭탄 배당'하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3.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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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주머니 채우기 위한 배당 "기업가치·성장성 훼손될 수 있어 투자 주의"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일부 상장사들이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나섰다. 대주주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배당의 경우 기업가치와 성장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월 주총시즌, 적자에도 '폭탄 배당'하는 기업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고속버스업체 천일고속 (46,750원 ▲50 +0.11%)은 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시가배당률은 6%로 배당금 총액은 85억6232만원을 기록했다.



앞서 천일고속은 지난해 11월에도 분기배당으로 주당 5000원(총 배당금 71억3527만원), 8월에는 주당 1300원(18억5517만원), 5월에는 주당 3000원(총 42억8116만원)을 배당했다. 네 차례의 배당을 통해 주당 총 1만5300원의 배당이 이뤄진 셈인데 현 주가(8만9200원) 대비 배당수익률이 17.2%에 달했다.

하지만 천일고속은 2017년 영업적자로 20억원을 기록했다. 토지·건물 처분으로 당기순이익은 271억원을 기록했는데, 총 배당금이 218억3392만원으로 배당성향이 80.4%에 달했다. 영업에서 번 돈이 없는데 토지를 팔아 조달한 돈을 배당한 것이다.



해덕파워웨이 (730원 ▲230 +46.00%)도 지난해 적자전환에도 고배당을 실시했다. 2017년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비 적자전환했고, 순적자도 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당 250원(시가배당률 4.9%)을 배당으로 지급, 약 25억원을 지출했다.

섬유업체인 일정실업 (15,900원 ▲260 +1.66%)도 적자전환에도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4억원, -57억원으로 적자전환했지만 주당 500원(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5%대 배당을 실시했는데 지난해 적자로 배당금 규모가 줄었다.

적자에도 배당을 실시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는다는 점이다.


천일고속은 박도현 대표이사 및 친인척 지분율이 85.74%에 이른다. 영업적자에도 토지 및 건물을 매각해 마련한 돈(362억원)으로 배당해 대주주에게 지급했다.

공시에 따르면 천일고속의 자산매각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지만 실제론 박 대표, 박주현 부사장 등이 2015년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 재원이 된 셈이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계속된 대규모 분기 배당으로 3분기까지 현금흐름이 전년비 적자전환(-20억원)했다.

해덕파워웨이은 구재고 대표이사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7.55%다. 일정실업도 최대주주인 고동수씨를 비롯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4.25%다.

물론 적자에도 실적 개선이나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배당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쇼핑 (64,500원 ▼900 -1.38%)은 적자에도 주주친화정책을 위해 배당금을 증액했고 LIG넥스원 (162,300원 ▲4,200 +2.66%)은 적자 전환에도 4년째 배당을 했다.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8,130원 ▲200 +2.52%)는 지난해 한중관계 악화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자 대주주에게는 배당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에만 주당 5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영업 현금흐름은 좋지만 일회성 변수로 적자가 난 기업이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는 배당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드물게 현금흐름이 나쁜데 대주주가 돈이 필요해 배당으로 현금을 유출시킬 경우 기업가치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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