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천일고속은 2017년 영업적자로 20억원을 기록했다. 토지·건물 처분으로 당기순이익은 271억원을 기록했는데, 총 배당금이 218억3392만원으로 배당성향이 80.4%에 달했다. 영업에서 번 돈이 없는데 토지를 팔아 조달한 돈을 배당한 것이다.
섬유업체인 일정실업 (15,900원 ▲260 +1.66%)도 적자전환에도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4억원, -57억원으로 적자전환했지만 주당 500원(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5%대 배당을 실시했는데 지난해 적자로 배당금 규모가 줄었다.
적자에도 배당을 실시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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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은 박도현 대표이사 및 친인척 지분율이 85.74%에 이른다. 영업적자에도 토지 및 건물을 매각해 마련한 돈(362억원)으로 배당해 대주주에게 지급했다.
공시에 따르면 천일고속의 자산매각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지만 실제론 박 대표, 박주현 부사장 등이 2015년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 재원이 된 셈이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계속된 대규모 분기 배당으로 3분기까지 현금흐름이 전년비 적자전환(-20억원)했다.
해덕파워웨이은 구재고 대표이사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7.55%다. 일정실업도 최대주주인 고동수씨를 비롯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4.25%다.
물론 적자에도 실적 개선이나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배당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쇼핑 (64,500원 ▼900 -1.38%)은 적자에도 주주친화정책을 위해 배당금을 증액했고 LIG넥스원 (162,300원 ▲4,200 +2.66%)은 적자 전환에도 4년째 배당을 했다.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8,130원 ▲200 +2.52%)는 지난해 한중관계 악화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자 대주주에게는 배당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에만 주당 5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영업 현금흐름은 좋지만 일회성 변수로 적자가 난 기업이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는 배당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드물게 현금흐름이 나쁜데 대주주가 돈이 필요해 배당으로 현금을 유출시킬 경우 기업가치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