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마트폰…'반짝 흥행' 대신 '롱런' 택한 제조사들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8.03.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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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포화에 고사양 평준화·소비자 교체주기 지연 '이중고'…스마트폰 업계, 장기 판매전략으로 선회

삼성전자 갤럭시S9삼성전자 갤럭시S9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롱 테일(Long Tail·긴 꼬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술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다. '반짝1등'을 내놓는 데 급급하기 보다 잘 만든 기존 모델의 판매 기간을 최대한 늘려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초기 성적 저조 '갤S9', 입소문으로 '롱런' 노린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이하 갤S9) 시리즈'의 중장기 흥행을 위해 대대적인 소비자 체험 마케팅에 나선다.



갤S9은 지난 9일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우선 개통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된 갤S9 시리즈 예약판매 성적은 전작인 갤S8에 미치지 못한다. 이동통신3사에 따르면 첫날 개통 물량도 전작의 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과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장기 흥행에 최대한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정식 출시일인 16일부터 전국 5개 지역에서 처음으로 컨슈머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이례적으로 국내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지 않고 대규모 소비자 참여 행사를 연다. 신제품에 대한 초기 폭발적 반응을 노리기 보다 소비자 경험을 전파하며 입소문 마케팅으로 스테디셀러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컨슈머데이 행사는 기존 체험존 행사와 달리 토크쇼,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를 형상화한 댄스 퍼포먼스, 'AR 이모지'로 등장하는 인기 뮤지션의 축하 공연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전국 4000여개 이상 체험존도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S9은 무엇보다 소비자 경험이 중요한 제품"이라며 "처음 보면 이전 제품들과 뭐가 다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면서 호응이 좋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작년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 플랫폼을 활용해 AI(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V30S 씽큐’를 지난 9일 출시했다. G6 등 기존 제품에 ‘라즈베리 로즈’ 등 새 색상을 추가하며 제품 수명도 늘리고 있다. 애플은 새 아이폰 출시 다음해 비슷한 디자인에 기능을 개선한 'S시리즈'를 내놓으며 일찌감치 롱테일 전략을 펴고 있다.
'LG V30S 씽큐'로 촬영하는 모습'LG V30S 씽큐'로 촬영하는 모습
◇'롱테일'로 사업 효율화·브랜드 가치↑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롱테일 전략이 불황 속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양 상향 평준화로 성능 차별화가 버거운 가운데 롱테일 전략이 성공할 경우 제품 유통기한이 늘어 사업 효율화는 물론 마니아층 확보로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도 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 4억35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6.3% 줄었다. 연간 출하량도 0.1% 감소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단위로 플래그십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과거 우리도 세계 최초에 연연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있는 혁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도 "갤럭시S9를 봤더니 전작과 디자인 측면에서 똑같더라"며 "잘했다고 생각한다. LG전자뿐만 아니라 '롱테일' 전략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새 스마트폰 출시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6개월~1년인 판매기간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시장 침체기에 부담이 크다"며 "폴더블폰(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휴대폰)과 같이 시장 판을 바꿔놓을 만한 혁신적 제품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제조사들이 효율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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