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남궁민 기자, 조성은 기자 2018.03.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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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자본시장(종합)]

편집자주 자본조달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과 주식을 통한 전통적인 자본조달 방식의 벽을 허물고 있는 ICO에 대해 알아봅니다.

벤처 펀딩 대신 ICO, 자본시장 2.0 시대
[新자본시장]①전세계 벤처기업 자금조달 분석…ICO 45억달러 vs VC 13억달러



[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이 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통화공개'(ICO)로 불리는 이 방법은 증권회사 등의 중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등 기존 자본시장의 틀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자본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ICO란 기업이나 단체가 가상통화를 개발해 투자자에 판매하는 작업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주요 목적이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대체로 ICO를 진행한다. 블록체인이 알려진 것도 대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통해서다.



IPO는 증권회사의 중개로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데 비해 ICO는 독자적으로 발행한 가상통화를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점이 다르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전문기업은 가상통화를 발행해 초기 투자금을 받고 투자자는 추후 해당 가상통화가 거래사이트 등에 상장돼 거래되면 재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세계적인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텔레그램은 'TON'(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이 플랫폼 내에서 이용되는 가상통화인 '그램'을 개발해 ICO를 진행했다. 그램은 개당 0.1달러(약 107원) 가치로 발행됐으며 벤처투자자 등 일부 큰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판매(Pre-sale)에서 8억5000만달러(약 9089억원)를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판매(Public sale)까지 이뤄지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동안 자금 모집에 나선 가상통화 관련 전 세계 벤처기업 527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ICO를 통해 45억달러(4조8119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파일코인(Filecoin), 테조스(Tezos), 뱅코르(Bancor) 등이 각각 2억7700만달러, 2억3200만달러, 1억5230만달러를 모금했다.


반면 기존 벤처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벤처캐피탈(VC)을 통해서는 ICO의 29% 수준인 13억달러(약 1조3900억원)에 불과했다. 테크크런치는 "벤처업계에서 기존의 투자 방식인 VC보다 ICO가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ICO는 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데다 가상통화 발행기업이 주식처럼 배당이나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투자가 몰리는 건 차후 가상통화 가격 인상으로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내 토종 가상통화로 알려진 '아이콘'(ICON)의 경우 지난해 8월 개당 100원 정도로 ICO를 진행했고 올 1월 초 최고 1만3000원까지 올라 반년도 안돼 130배 가량 가치가 상승했다.

보통 ICO를 하게 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통화로 자금을 모집하게 된다.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가상통화를 현금화해 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콘'이 ICO를 통해 사전판매로 7만5000 이더리움, 공개판매로 7만5000 이더리움을 모집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술이나 회계 검증, 사기방지 등과 관련한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또 주주권이 인정되는 주식과는 달리 투자자에게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점도 위험요소다. 만일 ICO를 진행한 업체가 파산하게 되면 투자금 모두를 떼일 수 있는 것이다.

가상통화 뉴스 전문 사이트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ICO를 진행한 902개 기업 중 142개 기업이 ICO에 실패했고 276개 기업은 ICO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파산했다. 이외에도 113개 기업은 파산 직전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IT 벤처기업들이 증권사에 의지하지 않고 ICO를 통해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ICO를 불확실성이 가득한 자금 모집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학주 기자

IT·전자상거래 공룡도 군침…'리버스 ICO' 뭐길래?
[新자본시장]②기존 기업들도 ICO 나서는 추세…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 결합 목적

[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이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리버스(reverse) ICO'가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IT·유통 공룡이 주도하는 리버스 ICO는 스타트업의 ICO에 비해 규모가 크다. 이처럼 기존 기업들이 ICO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경제 시스템과 가상통화의 결합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 카카오는 이달 중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카카오블록체인’(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자회사를 통해 '카카오코인' ICO를 진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자사의 고객포인트 91억달러(약 9조7251억원)를 라쿠텐코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서비스+블록체인' 결합 수단…쉬운 자금 조달도 매력

리버스 ICO란 새 프로젝트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신생기업의 ICO와 달리 이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ICO를 통해 신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리버스 ICO는 구체적인 성과물과 업력이 있는 기업이 주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생기업의 ICO에 비해 펀딩 규모가 훨씬 크다. 업계에서는 리버스 ICO를 통해 ICO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리버스 ICO에 적극적인 이유는 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고 보안이 중요한 IT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술은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결제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가상통화 활용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대규모 해킹·도난 사건으로 몸살을 앓아 온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쉬운 자금 조달도 장점이다. ICO는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가상통화를 송금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지난 19일 사전 ICO로만 8억5000만 달러(9083억원)를 유치했다. 이는 당초 목표 금액보다 1억5000만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외신들은 텔레그램이 ICO를 통해 최대 20억 달러(2조1590억원)를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늘거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회사채·주식 발행과 달리 재무적으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주와 이해출동 가능성…가격 거품 우려도

하지만 리버스 ICO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상통화 발행이 기존 주주의 이해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이익을 내면 주가가 상승해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반면 주식과 가상통화를 모두 발행한 기업의 경우 기업의 가치상승시 주식이 아닌 가상통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또한 아직 가상통화에 대한 회계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기업의 재산인 가상통화가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않아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우려도 제기된다.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은 기업의 리버스 ICO의 경우 향후 가상통화 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 리버스 ICO 시장을 이끌고 있는 kik(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메신저),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현재 뚜렷한 수익창출 모델이 없다. 따라서 기대감에 가격이 올랐던 가상통화 가격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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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대 훌쩍 넘은 텔레그램 ICO…투자자 '눈독'
[新자본시장]③텔레그램 ICO 20억 달러 예상…올해 최대 ICO

[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이달 중으로 예정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가상통화공개(ICO) 공개판매(Public sale)가 업계 내 초미의 관심사다.

3세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인 '톤'(TON)을 개발 중인 텔레그램은 이 시스템에 사용될 자체 가상통화 '그램'(Gram) 코인 출시를 위한 ICO 공개판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 달 19일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첫 ICO 사전판매(Pre-sale)를 시작한 텔레그램은 최초 목표액 대비 1억500만달러를 초과 달성한 8억5000만달러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로써 텔레그램은 최대 규모의 ICO 기록을 경신했다. 텔레그램 이전 최대 규모의 ICO는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테조스(Tezos)의 ICO다.

테조스는 지난해 7월 ICO를 진행해 총 2억3200만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ICO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테조스 측은 당초 100억 개로 정했던 코인 발행량을 펀딩량에 맞춰 늘리겠다고 백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텔레그램의 1차 사전판매에는 실리콘밸리의 간판 벤처캐피탈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을 주축으로 81개의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구글, 애플, 페이팔, 인스타그램, 유튜브,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초대형 벤처기업을 발굴한 '스타 벤처 제조기'로 명성이 높다. 텔레그램이 세콰이어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이 업계에서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달 20일 "텔레그램이 ICO 공개판매로 추가로 11억5000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며 사전판매까지 합하면 모금액이 총 2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의 전망을 보도했다.

업계에선 당초 사전판매 목표는 6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8억5000만달러로 확대된 사실이 그만큼 텔레그램 가상통화인 '그램'에 대한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증거라며 텔레그램 ICO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돼 있다.

국내 벤처투자자도 텔레그램 ICO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TON 플랫폼 개발이 끝나면 텔레그램의 기존고객들의 대부분이 TON으로 유입될 것이며, 메신저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와 수수료 없는 해외송금 등이 가능해지면 이 부가이익이 유인책이 돼 신규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한국 토종 ICO, 수천억 조달하고도 '쉬쉬'
[新자본시장]④보스코인, 아이콘 등 토종 가상통화 해외에 법인…국내 규제 때문

[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가상통화공개(ICO)가 전 세계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떠오르면서 '토종코인'으로 불리는 보스코인(Boscoin), 아이콘(ICON), 에이치닥(Hdac), 메디토큰(MED) 등 국내 기업들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다만 현 제도상 국내에선 ICO가 사실상 금지돼 있어 외부에 알리지 않는 등 여전히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최초로 ICO에 성공한 가상통화는 '보스코인'이다. 증권 정보사이트인 팍스넷 설립자로 유명한 거번테크 박창기 회장이 개발한 가상통화로, 지난해 5월 ICO를 통해 17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0월 31일 보스코인의 블록체인이 오픈돼 첫 블록이 생성됐다. 이 시점부터 투자자들은 보스코인을 지급받게 됐다.

ICO 당시 1대 4만 비율의 비트코인으로 교환돼 원화 가치로 40원에 투자를 받았다. 현재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는 등록돼 있지 않지만 홍콩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쿠코인(Kucoin)과 영국의 힛빗(HitBTC)에 상장돼 거래가 이뤄진다.

전 세계 1500여종의 가상통화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 1월 중순 7.06달러(약 7551원)까지 올라 투자 당시에 비해 189배나 가격이 뛰기도 했다.

보스코인은 의회네트워크라는 자체 의사결정기구가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블록체인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보스코인은 국내가 아닌 스위스에 법인 주소를 두고 있다.

이어 데일리인텔리전스의 자회사인 더루프가 개발한 '아이콘'이 대표적인 토종 가상통화다. 정부가 ICO를 금지하기 전인 지난해 8월 ICO를 진행했지만 보스코인과 마찬가지로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해 국내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개당 100원 정도로 ICO를 진행해 15만 이더리움(당시 약 1000억원)를 투자받았다. 올 1월 초 최고 1만3000원까지 올랐다.

아이콘은 3세대 블록체인 기술인 '루프체인'을 통해 각 영역의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거대한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이용해 금융, 의료, 교육 등 수많은 분야를 연결해 사용자 편의를 증대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BS&C의 정대선 대표가 발행한 가상통화 에이치닥은 지난해 ICO 사전판매로 총 2억5800만 달러(3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더블체인과 업무협약(MOU)를 맺으면서 코인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덱스코(Dexko)에 상장이 계획돼 있다.

메디토큰은 의료정보 관리 플랫폼 메디블록의 이은솔·고우균 공동대표가 발행한 가상통화로, 지난해 11월 ICO를 통해 70억원을 모금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코인레일에 첫 상장한 이후 지난 5일 중국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비박스(Bibox)에도 상장해 가상통화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글로스퍼가 만든 가상통화 하이콘은 지난해 9월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1차 ICO를 진행하고 약 15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달 중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ICO를 준비 중이다.

다만 이 모든 토종 가상통화는 재단이나 법인이 모두 해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달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ICO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전혀 만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법인을 두고 ICO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ICO 관련 제도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은 스위스와 싱가포르 정도인데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ICO의 90%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송학주 기자, 조성은 기자

"규칙 좀 만들어주세요"…한국은 ICO '무법지대'
[新자본시장]⑤세계는 ICO 열풍, 한국은 사실상 금지…금지에 따른 부작용 커

[MT리포트] "주식에서 코인으로"… ICO 열풍
"ICO 설명회를 한다는 메일을 받고 참석해봤더니 주최하는 곳의 정체도 불분명했고 가격 폭등만 약속하고 있었다. ICO 사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를 정비해야한다" (금융업계 관계자 A씨)

지난해 9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 및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술·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당국의 제재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에선 ICO가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관련 법규는 없기 때문에 법 밖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ICO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엄밀히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금지로 받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몇몇 소규모 ICO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것으로 알지만, 제법 규모 있는 업체들의 경우 엄두를 못낸다"고 전했다.

◇"ICO 허브되자" 발벗고 나선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ICO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싱가포르와 스위스는 ICO를 장려하고 있다. 두 국가는 ICO 육성을 통해 금융허브의 입지를 다진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대규모 ICO 대다수는 싱가폴과 스위스, 영국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ICO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갖고 있는 해외 금융당국은 관련 범죄 엄단 방침을 내놓으면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최근 ICO 관련 대규모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ICO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노력은 이어가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ICO에 대해 현행 증권법을 적용해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 조달 막히고 기술 지체…해외로 떠나는 'ICO 엑소더스'도

ICO 금지는 자금조달 뿐 아니라 신생 블록체인 기업의 출현을 막는 부작용도 있다. ICO를 통해 공개되는 가상통화에는 갖가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 예를들어 지난해 6월 처음 발행된 이오스(EOS)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2세대 블록체인 기반 가상통화보다 뛰어난 거래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이외에도 기존 가상통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많은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ICO는 블록체인 신기술의 경쟁의 촉매제가 된다.

전면금지 조치가 'ICO 엑소더스'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가상통화 시장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지만 지난해 금융위 발표 이후 국내서 대규모 ICO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가상통화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지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지만 분위기상 국내서 ICO를 진행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ICO 제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단호하다.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ICO 관련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부는 논의한 바 없다"며 "지난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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