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南北 정상회담에도 코스피 '무덤덤'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진경진 기자 2018.03.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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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CIO(최고투자책임자) "정상회담 호재보다 美 보호무역 악재 우세"

11년 만에 '비핵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에도 한국 증시는 무덤덤했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해빙에도 외국인은 매물을 던졌고 개인만 3500억원대 순매수로 남북정상회담에 화답했다.

비핵화 南北 정상회담에도 코스피 '무덤덤'한 이유는?


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9.59포인트(0.40%) 내린 2401.82에 마감했다. 개인이 358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42억원, 216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코스피200 야간선물이 1.16% 상승 마감하며 코스피 시초가는 강세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장 직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반대하던 개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며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다. 장중 개인 순매수에 상승 반전을 거듭했지만 결국 기관 매도세가 강해지자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이 보여준 협조적 태도를 고려할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예측 가능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즉 예측 가능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평창 올림픽 이후에 남북 해빙 모드가 전개되며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증시를 움직이는 호재는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것인데, 남북정상회담이나 북한 측 비핵화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물과 이어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에서는 정상회담 자체보다는 비핵화, 남북 경제교류 재개, 통일이 호재인데, 비핵화의 현실화를 믿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사장은 "남북 경제교류와 통일은 주식시장에 대형 호재가 되겠지만 대북제재 완화 조치, 경제교류와 통일의 전제 조건은 바로 비핵화"라며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금 입장은 기대 반, 의심 반"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단발성 호재에 그치는 반면 지금 주식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의 금리 상승,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조치 등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펀더멘탈(경제의 기초체력)과 관련된 '불확실성' 레벨이 높다는 것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무역과 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가 한창인 가운데 전해진 남북정상회담 뉴스는 단발성 호재에 불과하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한국 증시 재평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한국 증시의 만년 저평가 현상)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업종별 영향도 일부 남북 경협주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도 "정상회담 자체는 매우 고무적이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는 잘된 일"이라며 "현대건설 등 남북경제협력 관련 일부 종목이 상승했지만 온기가 시장 전반적으로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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