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株 '들썩'…10년간 손실만 3조원 넘는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2018.03.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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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벤트성 단기상승에 그칠 것. 북한재제 속 경협논의도 어려워"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4월 정상회담으로 출구를 찾으면서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가 증시 화두로 급부상했다. 과거 남북대화가 활발했던 시기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았던 기억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대북 사업을 펼쳤던 기업이 그간 막대한 손실을 봤고, 실제 경제협력이 논의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주 벌써부터 '들썩' = 7일 증시에서 현대엘리베이 (39,500원 ▼500 -1.25%)터, 현대건설 (33,250원 ▲850 +2.62%), 에머슨퍼시픽 (5,960원 ▼40 -0.67%), 재영솔루텍 (639원 ▼16 -2.44%), 신원 (1,282원 ▼2 -0.16%), 제이에스티나 (1,955원 ▲50 +2.62%), 좋은사람들 (1,055원 ▼10 -0.9%) 등 과거 남북경협 수혜주로 꼽혔던 기업들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재영솔루션과 제이에스티나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신원과 인디에프도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에머슨퍼시픽은 장중 한 때 10% 넘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상선 (15,500원 ▲840 +5.73%)현대엘리베이 (39,500원 ▼500 -1.25%)터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핵심기업이다. 2002년 금강산관광특구 개발을 계기로 사업을 펼쳤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리조트 개발 업체 에머슨퍼시픽 (5,960원 ▼40 -0.67%)은 2008년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개장했지만, 개장한 지 2개월 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며 문을 닫았다. 재영솔루텍, 제이에스티나 등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속도를 내더라도 기업들이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남북 경협수혜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남북대화가 경협주에 얼마나 도움될지 미지수"=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남북대화가 경협주에 얼마나 수혜를 줄 것인지는 미리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며 "현 시점에서 이들 주식의 상승은 단순한 기대심리의 발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과거 대북사업에 나섰던 기업들이 '쓴맛'보고 짐을 꾸려야 했다는 점도 신중론에 무게를 더한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관련 기업들은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맡아온 현대아산은 사업중단으로 지난 10년간 누적 매출 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했고 중소 투자기업들 역시 6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에 투자한 에머슨퍼시픽 역시 10년간 매년 12억원 규모의 운휴자산 감가상각을 진행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한 피해액만 3조원이 훌쩍 넘는다.

남북대화가 진전, 경협논의가 다시 진행되더라도 현재 증시에서 거론되는 기업들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 송전사업이나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등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있어 논의가 되더라도 실행이 쉽지 않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미회담 진행과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남아있다"며 "대북제재 해제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만큼 남북경협은 단순한 기대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도 국제사회의 대북 재제가 마무리돼야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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