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스톡옵션과 비트코인 그리고 돈벼락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3.07 15:45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바이오기업 A사에서 회계업무를 보는 직원이 우리사주로 수억원을 벌어서 회사를 그만뒀대." "바이오기업 S사 직원은 우리사주에 몰빵(집중투자) 해서 동료 직원들이 포기한 우리사주까지 사들였는데, 6억원을 벌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났대."



최근 몇 년 새 상장된 기업 주가가 급등해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이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 증권가를 떠돌고 있다. 가진 것 없던 흙수저가 한방에 대박을 내고 표표히 떠났다는 '카더라 통신' 스토리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그것과 닮았다.

상장 후 1년간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끝난 후에도 주가가 급등한 기업이 속출하면서 직원들이 차익을 실현할 기회가 생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등 바이오기업이 대표적이다. 보호예수 기간이 남아 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동구바이오제약도 공모가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우리사주보다 더 큰 대박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 설립과정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이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셀트리온의 창업공신들이 비상장 시절인 2005년에 받은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2000원대다. 7일 현재 이 회사 주가가 32만5000원인 만큼 주식 가치가 130배 가량 올랐다. 평가차익만 수백억원이 이르는 이들도 많다.

신라젠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3000원~1만1000원이다. 현 주가는 스톡옵션 행사가격(3000원기준)보다 30배 이상 올랐다. 말 그대로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비상장 바이오기업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아 높은 임금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가 사업에 성공할 경우 큰 부를 얻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좋은 수단이다. 회사 성공이 자신의 성공과 연결되는 만큼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도 부여된다.

하지만 효과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듯 스톡옵션에서도 부작용이 있다. 일부 인재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한 주식을 팔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 임원들은 주식을 매각하면 공시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원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회사 기여도보다 입사 시기에 따라 스톡옵션 부여수량과 단가가 차이가 클 수 있어서다. 입사가 늦어 스톡옵션을 받지 못한 직원들의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과감한 '베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톡옵션과 비트코인은 비슷하다. 하지만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난 것은 미래가 불확실한 기업을 성장시킨 데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투자 대박과는 다르다. 인생을 바꿀 대박을 원한다면 비트코인 차트를 들여다보기보다 될성부른 비상장 기업이 있는지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란 얘기다.
[우보세]스톡옵션과 비트코인 그리고 돈벼락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