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주연테크, 두달새 네번째 '채굴PC' 낸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8.03.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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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테크, 올해 1월 브랜드PC로 첫 채굴PC 출시…발빠른 신모델 출시와 입소문으로 판매량 늘려

/사진제공=주연테크/사진제공=주연테크


"두 달 만에 네 번째 버전을 내놓은 일이 흔한 경우는 아니죠."

주연테크 (464원 ▲1 +0.22%)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내 PC제조업체가 '채굴 PC' 시장에서 선전 중입니다. 지난 1월 브랜드PC 업체로는 처음으로 완제품 형태의 채굴PC를 출시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두 달 새 네 번째 PC를 공개했습니다. 발 빠른 행보의 원동력은 이용자들의 적극성에 있었습니다.

1월 출시한 '크립토(Crypto) PC'는 그래픽카드(GPU) 6개를 병렬연산으로 적용해 채굴 시 쿨링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업, 학교, 연구소 등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내놓았던 주연테크는 이후 소음과 발열 때문에 실내 테스트가 힘들다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2주 뒤 두 번째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닙니다. 집에서도 채굴이 가능한 PC를 만들어달라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기존 크립토 PC보다 가격은 물론 전력사용량과 발열량을 낮춘 제품을 내놨습니다. 첫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세 번째 모델을 공개한 겁니다. 최근에는 GPU가 아닌 중앙처리장치(CPU)를 활용해 채굴 가능한 모네로 같은 가상통화가 인기를 끌자 CPU와 GPU 동시 채굴이 가능한 듀얼 채굴 PC까지 출시했습니다.

채굴PC 출시는 사실 베팅에 가까운 도전이었습니다. 조립PC라고 하지만 몇 주 만에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수가 아닐까란 고민도 출시 임박까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판단을 내린 후의 행보는 기민했습니다.



일단 GPU 가격 변동폭이 크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예약주문을 받아서 판매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리한 목표치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가상통화 트렌드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었습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판매 창구는 오픈마켓이 아닌 자사 홈페이지로 한정했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 금새 입소문이 났습니다.

가정용 채굴 PC가 출시 닷새 만에 목표 물량 100대 판매를 달성하자 내부 분위기는 고무되기 시작했습니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판매 수익을 쏠쏠히 거두고 있는데다 사용자들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판단도 섰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주연테크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블록체인 사업에서 용이한 발판이 돼 줄 것이란 기대감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연테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일입니다. 최근 네 번째 버전의 PC를 출시하면서 이더리움, 모네로 등 가상통화 채굴을 체험해볼 수 있는 마이닝 사이트를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통화의 세계를 접해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틈새를 공략한 전략은 업자들이 짚어볼 만한 대목입니다. 채굴 PC 출시가 이벤트에 그칠지, 하나의 제품군으로 자리 잡으며 미래 먹거리로 삼은 블록체인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일이 꽤 흥미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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