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평창서 현대차 날고, 삼성 울고, 알리바바 무임승차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8.02.22 04:04
글자크기

[평창 애프터]⑤평창이 남긴 숙제, 1兆 후원하고 '마케팅 실종' 속앓이 기업도

편집자주 '하나된 열정'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2018 평창올림픽이 3일후인 25일 막을 내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성사시킨 '평화올림픽'이지만, 그만큼 '평창 이후'에 기다리고 있는 숙제의 무게도 크다. 스포츠를 넘어 '평창'이 우리 사회에 던지게 될 울림을 짚어본다.

사흘 후 막을 내리면 가장 성공한 동계올림픽으로 지칭될 평창에서 이를 후원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평창은 북핵 위기 속에서 전 세계에 평화메시지를 던지며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지구촌 이벤트를 탄생시킨 사실상의 숨은 주역인 기업 중에선 속 앓이 밖에 할 수 없는 이들도 있어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약 1조원 이상을 후원해 사실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흥행에 큰 보탬이 된 기업 중 일부는 올림픽을 발판으로 전세계에 기술력과 브랜드를 마음껏 뽐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동계올림픽 준비 단계에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비슷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기업들은 수백억, 수천억원 단위의 후원을 하고서도 쏟아지는 비난 탓에 행사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올림픽 흥행을 타고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를 잃은 기업들은 평창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할 때다.
현대차 넥쏘현대차 넥쏘


◇최첨단 기술의 향연 = 평창은 세계에 국내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각인시킨 장이 됐다. 특히 현대차가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올림픽 개막 기대가 고조된 지난 2일 서울-평창 190km 고속도로 구간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와 제네시스 G80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수소전기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현해 낸 것은 세계 최초였다. 현대차는 올림픽 기간 중에는 평창 시내에서 넥쏘를 체험 차량으로 운영하며 자사 기술에 쏠린 관심을 더욱 키웠다.

KT도 평창 덕을 봤다. 평창올림픽 개막 행사 중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평화의 비둘기 퍼포먼스'를 통해 KT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1200여명 평화의 비둘기 공연자가 들고 있는 LED 촛불의 밝기와 점멸이 일사분란하게 제어돼 감탄을 자아냈다. KT가 올림픽 기간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네트워크가 적용돼 가능한 일이었다. KT에 평창은 'ICT올림픽'이었다.

◇평창 유치의 주역 이건희 회장, 준비의 주역 조양호 회장 등 속앓이 = 국가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에게 평창은 아쉬운 무대였다. 총수인 이건희 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 2007년 두 번이나 유치에 실패한 평창올림픽을 세 차례 도전 끝에 따낸 주역이다. 하지만 2011년 유치 성공을 이끌었던 그는 3년 후 지병으로 쓰러졌고 올림픽의 성공을 현장에서 함께 하진 못했다.


삼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1000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공식 월드와이드 파트너지만 이번 올림픽 기간 중 TV 광고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강릉과 평창에 지난 9일 연 홍보관의 개관식도 생략했다.

이건희 회장과 함께 평창 유치를 이끈 조양호 한진 회장도 공식직함을 반납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스키협회 회장으로 평창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돌연 법정 구속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림픽 마케팅의 실종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후유증으로 지적된다. 비단 삼성 뿐만 아니라 롯데나 SK 등 관련 문제에 연루됐던 국내 상위 기업들이 적잖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을 통한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 등 간접효과는 당초 4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마케팅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평창에 한국 기업이 없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삼성전자 평창올림픽 쇼케이스삼성전자 평창올림픽 쇼케이스
◇원님 덕에 나팔분 해외 기업 = 삼성처럼 IOC 파트너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강릉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해 홍보 일선에 나섰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초청해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올림픽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 회장이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재계는 평창이 남긴 숙제를 곱씹고 있다. 그간 우리 기업은 정부 주도의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위해 발 벗고 뛰었지만 이 협조가 지난 최순실 사태처럼 자칫 권력형비리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져서다. 비영리행사에 대한 후원과 협조에 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평창을 계기로 앞으로 스포츠와 관련한 기업 지원에 대한 기준이나 규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이 다시는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